[MLB] 스타열전 (28) - 데릭 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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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 뉴욕 양키스. 월드시리즈 25차례 우승이 말해주듯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이고 숱한 대스타가 거쳐갔지만, 이루지 못한 것이 있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올스타전 MVP를 단 한차례도 차지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올시즌에 그 양키스의 찜찜한 점을 해결 시켜준 선수가 있으니, 바로 데릭 지터이다.

2000년 올스타전에서 3타수 3안타에 2타점을 거두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마침내 양키스 선수로는 최초로 올스타전 MVP에 선정된 것이다.

지터는 스타로서 자격이 충분한 선수이다. 22세의 젊은 나이로 명문팀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고, 팀의 2번타자의 중책까지 맡아 언제라도 타격왕을 노릴 수 있는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렀으며, 그 해 우승을 비롯 4년간의 풀타임 메이저리그 경력 중에 3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유격수로서의 수비도 뛰어나서 메이저리그 진기명기에 그의 모습을 자주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가장 침착하게 수비를 해내는 유격수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에 언제나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을 제치고 미국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을 정도의 멋진 외모를 지니기도 했다.

중산층 이상의 미국 백인남성들의 스포츠로 인식되던 메이저리그의 야구선수가, 어린 소녀들이 구름같이 몰려와 열광하고 생일날 노래를 부르며, 심지어는 헐리우드 여배우들도 흠모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으로 보아 지터의 스타성을 짐작 할 수 있다.

한때는 같은 혼혈이자 연상인 팝계의 최고 스타 머라이어 캐리와도 연인이었고, 그 당시에 많은 화제가 되었다.

얼마 전 로커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로커가 말한 대로 뉴욕엔 외국인과 동성연애자가 많지만 그런 다양성이 공존해야 오히려 훌륭한 것 아니냐"고 논평할 정도의 의식도 갖춘 선수이다.

그리고 96년 약물과 알코올 중독을 막기 위해, 또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할 정도의 아름다운 마음씨도 지녔으며,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시애틀 마리너스)의 자선사업에도 아낌없는 후원을 하는 의리도 지녔다.

1974년에 뉴저지에서 흑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터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92년에 뉴욕 양키스에 1순위로 지명되었다.

93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그는 최우수 마이너리거, 플로리다리그 MVP로 뽑히는 등,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95년에 빅리그에 데뷔를 하여 15경기에 출전을 했다.

96년부터 파격적으로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로 발탁된 그는 그해에 무려 157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314 10홈런 78타점 104득점을 기록하여 아메리칸리그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 시즌에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단번에 슈퍼스타로 발돋움하였다. 풋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거칠 것 없이 활약한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97년에는 다소 주춤하였는데, 그래도 타율 0.291 10홈런 70타점 116득점은 유격수로서 훌륭한 성적이었고 선구안과 도루능력에서 많은 향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터에게 무한한 기대를 했던 팬들은 '2년생 징크스'를 들먹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98년에 이러한 팬들의 성급한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데 충분한 활약을 했다. 0.324의 타율과 19홈런 84타점 127득점 30도루를 기록하여 어느 팀 2번타자보다도 무서운 활약을 했으며, 단거리 타자라는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충분한 파워를 보여줬다.

그리고 유격수로서 실책을 단 9개밖에 범하지 않아,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 오마 비스쿠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레이 오도네즈(뉴욕 메츠)에 버금가는 유격수로 한 단계 발전하였다. 무엇보다도 자신감 넘치고 실책을 두려워하지도, 자신의 실책에 연연하지도 않는 그의 침착한 자세가 그를 유격수로서 높게 평가받게 했다.

결국 그해의 양키스는 114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승리를 거두었고, 지터의 맹활약과 더불어 월드시리즈도 우승하였다. 그리고 시즌 MVP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의 팀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99년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파워가 더욱 붙어 2번타자로는 믿기지 않는 24홈런에 102타점을 기록했음에도 타율은 0.349로 더욱 높아져, 그의 기량은 해마다 더욱 발전함을 보여줬다.

134득점과 91볼넷까지 곁들인 그의 성적은 이제 그가 더 이상 2번타자가 아닌 팀의 중심타자로 내놓아도 손색없음을 증명하였다.

그해에도 그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짧은 경력에 세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행운만이 아닌 그의 출중한 기량에서 나온 활약 덕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99년에도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쉽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2000년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를 타격왕과 MVP 후보로 기대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현재 0.322의 훌륭한 타율을 기록 중이지만, 4할에 도전하고 있는 또 다른 라이벌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레드삭스)에는 많이 뒤쳐진 성적이다.

매년 꾸준한 증가를 하던 홈런도 올해는 10개에 불과해 작년만큼의 장타력은 나오지 않고 있고, 선구안도 작년보다 나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수비 실책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올스타전 MVP를 차지함으로써 그의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지터가 로드리게스나 가르시아파라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운이 좋아 그들과 나란히 거론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의 타격에서의 재능은 언제나 타격왕 후보이자 MVP 후보로 거론될 만 하고, 수비에서의 능력 또한 언젠가는 골드글러브에 도전할 만 하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최고의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실질적인 리더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유일한 양키스의 슈퍼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연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인가.

데릭 지터 (Derek Jeter)

- 생년월일 : 1974년 6월 26일
- 신장 : 191cm 체중 : 84kg
- 투타 : 우투우타
- 연봉 : 1,690만 달러
- 소속팀 : 뉴욕 양키스(95)
- 통산성적(8월 3일까지) : 728경기 타율 0.319 73홈런 391타점 929안타 102도루

- 경력

▶199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00년 올스타전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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