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납북 전우에 죄책감 …영웅 찾기 노력 멈출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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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9시40분(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6·25 전쟁포로와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H.Res 376)’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납치·억류된 10만여 명에 이르는 전쟁포로·실종자·민간납북자의 즉각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었다. 지난 7월 27일 지한파인 찰스 랭글(81·민주당·사진) 하원의원이 이미일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의안을 발의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랭글 의원은 “이 결의는 60년 전 한국전쟁 이후 돌아오지 않은 수천 명의 미국인 병사 가족과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해서 결의안을 제출하게 됐나.

 “나는 1950년 11월 30일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사랑하는 동료들을 두고 온 죄책감 때문이다. (회견장에 참석한 이미일 이사장을 거론하며) 전쟁포로·실종자·납북자 수가 10만여 명이 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60년이 지났어도 우리의 영웅,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결코 멈출 수 없다.”(※랭글 의원은 한국전 참전용사다)

 -결의가 갖는 의미가 뭔가.

 “이 결의는 미국인들을 위한 것도, 한국인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건 정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많은 미국인과 한국인들의 수십 년에 걸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결의에 명시된 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앞으로 전시 납북자 문제를 북한에 (정식으로) 제기할 수 있도록 국무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박선영 의원은 미 하원이 결의를 냄에 따라 조만간 유엔 인권위 산하에 납북자 관련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1950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내 나이 20살이었다. 그 때는 한국이 민주주의의 기둥(pillar),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되고 경제적·기술적으로 이렇게 성장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오늘의 번영과 자유를 있게 해준 수많은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희생을 잊어선 안 된다.”

 랭글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이미일 이사장은 “한국에서 (국군포로·납북자 관련) 특별법을 만드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는데, 미 의회에서 이토록 빨리 결의안이 통과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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