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6개월∼1년 구조조정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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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경제의 성장속도 둔화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KDI는 이미 경기정점이 지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늦어도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과감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DI는 향후 6개월∼1년 정도가 과감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기반을 구축할 수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경기상승국면 단축 가능성 높아
각종 경기지표를 종합할 때 1.4분기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상승 속도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추세다. 전분기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99년 2.4분기의 4.1%에서 금년 1.4분기에는 1.8%로 하락한 가운데 경기선행지표가 금년들어 5개월 연속하락했다.

제조업 GDP의 경우 전분기대비 증가율이 작년 2.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며 특히 99년 4.4분기 5.5%에서 올 1.4분기 2%로 둔화폭이 확대됐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나 98년 2.4분기와 금년 1.4분기가 각각 경기저점과 정점으로 판명될 경우 최근의 경기상승 국면은 지속기간이 1년6개월로 과거 평균 약 2년6개월에 비해 크게 단축되는 것이다.

KDI는 또 실질적 구조조정 없이 유동성지원 확대를 통한 신용경색 완화에 치중할 경우 내년 이후의 급속한 경기하강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의 신용경색 현상은 일부 마찰적 요인이 있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과다부채와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신용위험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따라서 기업부실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용경색은 반복돼 일어날 수 있다. 신용경색이 장기화되거나 반복될 경우 실물경제의 위축을 초래하고 기업의 매출.수익감소→부채상환능력 저하→기업신용위험 증대 등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구조조정 시간 많지 않다
KDI는 앞으로 경기국면 변화가 예상되는 동시에 이미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6개월∼1년정도가 과감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또한 내년의 예금부분보장제와 채권시가평가제 실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금년중 최대한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보다 기업구조조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공적자금 투입, 적기시정조치 등을 통해 금융부실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 증시호황을 틈탄 유상증자 등으로 부채비율은 상당히 축소됐지만 기업부문 전체의 부채규모는 외환위기전과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KDI는 부실기업의 조기정상화를 위해서는 부채출자전환을 통해 기업부실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경영진 주도의 기업매각 및 인력감축 등 과감한 다운사이징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충분히 조성해야
부채출자전환을 포함한 과감한 기업구조조정이 추진될 경우 예상되는 금융기관의 추가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조성돼야 한다.

공적자금은 국회동의 하에 국채발행 혹은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채권에대한 정부보증 등의 정공법을 통해 조성해야 한다.

공적자금 필요소요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기초로 자금사용 내역과 투입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

▲하반기 물가상승 우려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신축적인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단기정책금리도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높아질 전망인 동시에 중심 통화지표들의 증가율이 이미 높게 유지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통화팽창은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신용경색이 점차 완화된다는 전제하에서 본원통화 공급이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물가상승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균형실업률 낮춰야
임금상승을 가속화하지 않는 실업률(NAWRU)을 의미하는 균형실업률은 외환위기이전에는 2.5%내외 수준이었으나 금년에는 4%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상당한 구조변화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균형실업률은 99년과 2000년의 경우 각각 3.4%와 4.1%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정결과에 따를 경우 작년에는 실제실업률이 균형실업률을 크게 상회한 반면 금년에는 예상실업률(3.8%)이 균형실업률을 소폭 하회하는 모습으로 반전됐다.

KDI는 따라서 단순한 실업률 축소 위주의 실업대책이 지속될 경우 임금이나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등 거시경제의 안정기반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시적인 실업대책보다는 노동시장정보체계의 효율성 제고, 직업훈련의 내실화등으로 마찰적.구조적 실업을 축소시킴으로써 균형실업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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