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봄’ 빨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수치 여사

미얀마의 국제사회 복귀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그동안 미얀마 경제를 옭아매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도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얀마 정부도 ‘민주 미얀마’를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추가적 정치범 석방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이 확정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수감 중인 정치범 등을 추가 석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미얀마 정부는 또 정부 차원에서 분리주의를 주장하는 소수민족 등과 계속해 협상을 벌이는 등 부족 사이의 화합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표현의 자유도 보다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클린턴 장관이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미얀마에서 진정한 정치와 자유선거를 보고 싶다.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 등 끔찍한 갈등도 끝나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얀마의 봄’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서방세계는 지속적으로 2000여 명에 이르는 정치범 석방을 경제제재 해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왔는데, 미얀마 정부의 정치범 석방 결정은 경제제재 해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정치범 230명을 풀어주면서 개혁 의지를 국제사회에 표방했다. 196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총선을 실시한 뒤 올 3월 출범한 정부에 모든 권력을 넘겼다.

 미국이 미얀마와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대화를 통해 미얀마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도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세인 대통령과 만나 미얀마 민주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미얀마 방문을 결정했다. 비제이 남비아르 유엔 미얀마 특사는 “반 총장의 방문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수개월 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앤드루 미첼 영국 국제개발장관이 지난주 미얀마를 찾은 것 역시 경제제재 해제를 향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 내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 코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 수석보좌관은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국가들에도 혼란이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바라는 것은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민주주의로의 이행”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