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겨울인데 … 종부세는 더 거둬간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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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집값이 비싼 지역은 적게 오르고 저렴한 지역은 많이 올라 집값 분포가 ‘피라미드형’에서 ‘항아리형’으로 바뀌었다. 지역별로도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주택과 토지 가격 상승폭이 크다. 지방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다음달 고지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조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나 종합부동산세는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의 토지·주택 가격이 오른 데다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 계산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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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신고·납부해야 하는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25만1000명(개인 및 법인)으로 지난해(25만 명)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다음 달 고지될 종부세는 1조1600억원(예상치)으로 지난해 신고액(1조860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신고액(9677억원)과 비교해서는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 전체의 25%가량이 지난해보다 더 내고, 나머지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일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고·납부 과정에서 임대주택 등을 뒤늦게 신고해 종부세를 감면받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실제 신고액은 예상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데도 이처럼 종부세가 늘어난 것은 부과 기준이 국토해양부가 상반기에 발표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발표된 공시지가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전국 평균 2.5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상승률(2.32%)에 비해 광역시(2.87%)와 지방 시·군(3.14%)의 상승폭이 컸다. 경춘선 복선전철 등의 호재가 있었던 강원도(4.08%)와 거가대교 개통 등의 호재가 있었던 경남(3.79%)은 4%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값이 오른 토지의 소유자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사무실 부속 토지 같은 별도 합산 과세 토지는 종부세 계산 방식이 바뀌어 종부세가 크게 늘 전망이다. 이번부터 별도 합산 과세 토지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 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 대비 과세표준 적용 비율)이 75%에서 8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영림 세무사는 “지난해 100억원짜리 사무실용 토지의 공시지가가 올해 5% 올랐다면 바뀐 제도 때문에 종부세는 12%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택은 종부세가 크게 느는 경우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은 8만362가구로 지난해보다 5000가구(약 6%) 줄었다. 고가 주택이 집중된 서울(-2.1%)과 경기(-3.2%) 지역의 공동주택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 등 일부 지역의 고가 주택 소유자는 종부세가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16%), 경남(18%), 전남(13%)의 공동주택은 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1세대 다주택자로 총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종부세 부과 대상자 중에서 일부 종부세가 늘어나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면 내년 초 발표될 공시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라면 내년부터 바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올해까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수도권은 주택을 3채 이상, 지방은 1채 이상 보유해야 세제혜택을 줬다”면서 “내년부터는 임대주택을 1채만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계산 때 합산하지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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