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톤·비비킹 첫 공동앨범

중앙일보

입력

두 남자가 컨버터블 리무진에 앉아 있다. 각기 옆자리에 다정한 친구처럼 기타를 앉혀놓은 그들은 특유의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음악팬이라면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에릭 클랩턴과 비비 킹(B.B.King)이다.

각기 '기타의 신' 과 '블루스의 왕' 이라 불리는 두 거장의 만남이다.

에릭 클랩턴(55)과 비비 킹(75)이 최근 둘이서 함께 '라이드 위드 더 킹' 이란 타이틀의 앨범을 냈다. 블루스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식이다.

둘의 만남은 에릭 클랩턴의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클랩턴은 "내 기타 실력은 비비 킹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 면서 "비비 킹과 함께 앨범을 내는 것이 꿈이다" 라고 종종 말해온 것.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꿈을 이뤘다.

이 음반에서 두 사람은 함께 기타를 뜯고, 그들 특유의 보컬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노래를 불렀다. 각 곡들에서 때로는 흐느끼듯이, 때로는 톡톡 튀듯이 흥겹게 들려주는 두 거장의 무르익은 기타 솜씨는 압권이다.

수록곡은 193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대표적인 블루스 곡들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앨범 제목과 같은 첫째곡 '라이드 위드 더 킹' 은 본래 존 하이어트가 불렀던 로큰롤 곡. 호흡을 맞춰 함께 부르다가 혹은 서로 보컬을 차례로 받아주면서 부른 이곡은 흥겨우면서도 정겨움이 넘쳐난다.

'키 투 더 하이웨이' (Key To The Highway)도 빠뜨릴 수 없다.]

이 곡은 본래 빅 빌 브루즈니의 곡이지만 클랩턴의 연주와 노래로도 블루스 팬들에겐 익숙한 곡. 두 사람의 멋진 하모니와 섬세하게 찰랑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귀를 기울여볼 만 하다.

이밖에도 비비 킹의 대표적 앨범 '라이브 앳 더 리갈' (Live At The Regal)에 수록된 '헬프 더 푸어' (Help The Poor)', '매리 유' (Marry You)' 등도 감칠맛 나게 함께 불렀다.

역시 함께 부른 곡이지만 '스리 어클락 블루스' (Three O' clock Blues)는 다소 특별하다. 이 곡은 본래 비비 킹의 대표작중 하나. 그러나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클랩턴이다.

여느 때보다 블루스 맛을 진하게 창법에 블루스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난다. 걸쭉한 목소리에 풍부한 감성을 담은 비비 킹 특유의 보컬도 놓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대화화듯 주고받는 이들의 기타 연주를 흘려 듣는다면 곡의 절반 이상을 잃는거나 다름없다.

이런 연주 뒤엔 두 사람 외에도 쟁쟁한 세션들이 숨어있다. 베이시스트 네이던 이스트.드러머 스티브 갯.키보드 조 샘플.기타리스트 앤디 페어웨더 로우 등이 함께 참여했다. 프로듀싱은 클랩턴과 사이먼 클라이미가 맡았다.

수록곡중 여러 곡이 비비 킹의 곡들이다. 단순히 두 사람의 공동 앨범이라기보다는 클랩턴이 비비 킹에게 바치는 음반이라는 성격이 짙다. 거장을 존경할 줄 아는 또다른 거장의 면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