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비리 폭로 우드퍼드 전 CEO “사장직 복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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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분식회계가 탄로난 일본의 광학기기 업체 올림푸스의 전 영국인 사장 마이클 우드퍼드(51·사진)는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내가 사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장 복귀에 의욕을 보였다.

 지난달 14일 일본인 이사진에 의해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그는 “내가 올 4월 사장에 취임한 뒤 과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자문료와 불투명한 거래가 있었던 것을 이사진에 추궁하자 갑자기 날 경질했다”고 주장해 왔다. 회사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 왔지만 결국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드퍼드의 주장은)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우드퍼드는 9일 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현 이사진이 다 물러나고 주주만 양해한다면 내가 사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귀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 사장은 회견 하루 전인 7일 밤에야 재무담당 부사장으로부터 사실관계를 들었다고 하지만 이는 감사 보고서만 보면 누구라도 문제점을 한눈에 알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내가 임원 전원에게 서한과 감사 보고서를 보냈는데도 몰랐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주장을 묵살해 회사 가치를 무너뜨린 사장과 전 이사진이 전원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올림푸스의 대주주인 미국의 펀드운용사 해리스 어소시에츠도 8일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많은 의문에 대해 주주는 명확하고도 완전한 답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철저한 사실 규명을 요구했다. 9일 올림푸스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20%)를 기록하며 최근 3주 동안 80% 하락했다.

 올림푸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20여 년간 숨겨왔던 유가증권 투자 손실 규모는 약 1000억 엔(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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