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내쫓지 마라” … 협치 앞세운 박원순의 불협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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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국무위원이 아닌 서울시장은 의결권은 없지만 배석할 수 있다. [안성식 기자]

휴일이었던 지난 6일 오후 5시30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영안실에 나타났다. 이틀 전 지하철 화장실에서 숨진 노숙인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었다. 그는 “연고 없는 사람이 가는 길에 친구가 필요할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노숙인 재활시설 관계자들은 박 시장에게 동절기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를 재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틀 후인 8일. 서울역을 관리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관리처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가 노숙인 퇴거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 발송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함께 지난 8월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퇴거시키고 자활을 유도하는 대책을 추진 중이었다. 코레일 측은 “갑자기 시가 입장을 바꿔 난감하다”며 “서울역을 노숙인에게 개방하는 것은 노숙인 자활을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표 행정이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협치와 소통’을 행정의 최고 가치로 꼽았다. 그러면서 현장으로 뛰었다. 이런 행정은 시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방사능 수치가 과다하게 나타난 월계동에 가서 주민 역학조사를 지시했다.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통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의 갈등도 해소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현장 즉답 행정은 균형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모든 현장을 갈 수 없기 때문에 경청이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있어서다. ‘협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불협치’로 흐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역 노숙인 문제를 검토 중인 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알아보니 현재 서울역에 남은 노숙인이 별로 없고, 코레일도 인정사정없이 쫓아내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견서’는 중앙부처의 반박, 서울시의 재반박으로 이어지면서 갈등을 확대시켰다. 박 시장이 ‘선 보완대책, 후 요금 조정’ 입장을 정하면서 올해 인상이 어려워진 대중교통 요금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통해 이달 중 요금을 올리는 경기도와 인천은 난감한 상황이다. 단일 교통권인 수도권에서 요금이 제각각이 되기 때

김문수 경기도지사

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3일 박 시장에게 전화를 해 요금 인상 연기를 재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Occupy(점령)’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용산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 40여 명은 8일 서울시청 별관 로비를 점거하고 6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유재원(행정학) 한양대 교수는 “이런 행정은 민원을 빨리 해결하지만 다른 부서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영훈·최모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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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서울시 시장(제35대)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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