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태양광 산업 OFF 위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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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이 공장 일부의 가동을 멈춰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에서 운영 중인 세 곳의 태양광발전설비 생산공장 가운데 2007년 준공한 제1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8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연간 60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주문이 줄어 가장 규모가 작고 오래된 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2·3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올해 50% 정도에 불과하다. 1년 중 절반은 놀고 있는 셈이다.

 비단 현대중공업과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광산업은 세계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 태양광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 침체로 산업 자체의 기반이 약해진 데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보조금마저 줄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가 태양광발전설비를 과잉생산해 모듈·셀·웨이퍼 같은 관련 부품 가격이 급락한 것도 업황을 악화시켰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설비 생산능력은 지난해 1.1GW(기가와트)에서 올해 1.9GW로 약 70% 늘어났다. 반면 공장 가동률은 줄었다.

현대중공업만 50%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했고, 중견업체인 신성솔라에너지·KPE는 20~30% 수준의 가동률을 보였다. 연간 생산능력이 25㎿이던 알티솔라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솔라앤에너지 관계자는 “지난달 11개 업체의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미리넷솔라·제스솔라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며 “업계 전체 가동률이 2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산업은 2000년대 중반 기름값이 오르면서 차세대 에너지사업으로 각광받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까지 전자·전기·화학·중공업 등 업종과 상관없이 너도나도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다. 2009년 일시적으로 좋아졌지만 지난해 연말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태양광산업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기초소재 폴리실리콘의 가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상반기 ㎏당 300달러를 넘던 폴리실리콘의 현물가격은 이달 초 34달러50센트(태양광 전문조사기관 PV인사이츠)까지 떨어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글로벌 선발 업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며 “비유럽 국가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태양광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에서 전망이 너무 어둡다”고 분석했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1위 현대중공업도 아직 연산 600㎿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며 “국제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정부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태양광산업에 전략적 의미를 두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철·채승기 기자

◆폴리실리콘(polysilicon)=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광전지(솔라셀)의 기초 소재다. 1950년대 미국 다우코닝이 처음 개발했다. 60년대 반도체산업이 성장하면서 고품질 제품이 개발됐다. 주성분은 유리 물질인 규소(Si). 순도에 따라 태양광용과 반도체용으로 나뉜다. 태양광용은 9N(9가 9개: 99.9999999%) 순도짜리를 쓴다. 반도체용은 더 높은 11N(9가 11개:99.99999999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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