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콤플렉스 넘었다 … 삼성 ‘100만원 징크스’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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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에 ‘100만원 징크스’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에 도달하거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100만원을 제시하는 증권사가 나타나면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국내 증시가 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일이 잦다 보니 생긴 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100만원 징크스는 초고층빌딩이 세워진 이후 경제위기가 닥친다는 ‘마천루의 저주’에 비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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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6월 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4만원으로 제시하자 당시 35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12만원대까지 고꾸라졌다. 그 후 2002년 4월, 2004년 4월, 2009년 8월 등 세 차례나 증권사가 삼성전자 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제시했으나 그때마다 주가는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1월 28일 삼성전자 주가는 드디어 10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하루 천하’였다. 그 뒤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는 불과 7개월 만인 8월 19일 장중 67만2000원까지 주저앉았다. 1월 28일 장중 최고점(101만4000원) 대비 하락률은 33.72%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면 하드웨어 중심인 삼성전자가 도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탓이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IT 업황에 대한 불안까지 겹쳤다.

 이렇게 ‘100만원 징크스’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주가는 1일에도 장중 99만9000원까지 갔지만 100만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 후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4일 3.93%(3만8000원) 급등한 10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번에도 100만원을 약간 넘어섰다. 하지만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은 예전과 달라졌다. 시장에선 100만원 돌파를 삼성전자가 ‘애플 콤플렉스’를 극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IT업계의 최고 격전지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그동안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앞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데다, 반도체와 TV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선방하자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114만2800원(4일 기준)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날 “삼성전자가 작년보다 8.8%포인트 성장한 20%의 점유율을 달성했고 2분기 업계 1위이던 애플은 2%포인트 하락해 15%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박강호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테크팀장은 “이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대등한 수준에 왔다고 볼 수 있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 수익도 좋을 것으로 예상돼 주가 100만원 선은 안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주가는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비롯해 부품·TV·PC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균형감 있게 순항하고 있는 것을 시장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전날 1조원 유상증자 소식에 급락(-13.73%)한 데 이어 이날에도 0.81%(500원) 하락한 6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유럽발 호재로 전날보다 58.45포인트(3.13%) 급등한 1928.41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며칠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그리스의 2차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미국·유럽 증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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