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정책 '경기 연착륙·구조조정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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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경기 연착륙과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최근 금융경색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난과 민간 소비둔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경기과열 우려는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경색이 자칫 기업의 도산사태 등으로 번질 경우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급속히 빠져드는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돈을 넉넉히 공급,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저금리 기조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 대신 경기 연착륙과 물가안정을 위한 경기 조절기능은 재정긴축에 맡겨 당초 13조원(GDP 대비 2.6%)으로 잡았던 재정수지 적자규모를 10조원(2.0%)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방향설정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전종규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금융긴축보다 재정긴축을 통해 하반기 경기를 잠재성장률(6%) 수준으로 안정시키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은 금융불안" 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내년 이후 경제는 6%대의 안정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최대 과제인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는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통합 등 구조조정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업구조조정을 위해선 기업인수.합병(M&A)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등 구태의연한 경영행태를 보이는 대주주들은 M&A를 통해 경영권을 잃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상장주식 공개매수를 사후 신고만으로 가능케 하는 한편 최근 투신사에 허용한 주식형 사모펀드를 M&A 전용 공모펀드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주식을 사들여도 기존 경영진 및 노조의 반발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데다 M&A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대기업보다 우량 중소기업에 집중돼 중소기업들의 경영불안만 조장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정부가 연내에 구조개혁을 완료하겠다지만 대책을 보면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을 살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며 "그나마 경기가 상승기조일 때 구조개혁을 해야 하며, 자칫 경기 하강국면과 맞물리면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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