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당에 끌려다니는 민주당, 집권능력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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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제도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며 국회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사무실을 점거, 농성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위원장의 출입을 방해하고, 위원장이 소회의실에서 FTA안을 상정하자 무력으로 회의를 무산시켰다. FTA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야당의 구태(舊態)가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FTA와 관련해 어지간한 논의와 협상은 할 만큼 다했다. FTA는 4년 전 노무현 정부 당시 체결된 이후 숱한 찬반토론을 거쳐왔다. 마지막으로 여야 정당과 정부 대표들은 지난달 닷새에 걸쳐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30일 예정됐던 마지막 끝장토론엔 야당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불참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야당 스스로 토론의 장을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공식 창구의 진지한 협상은 계속됐다. 그날 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는 심야 마라톤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 야당이 요구해온 내용의 대부분이 관철됐다. FTA를 모양새 좋게 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합의안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할 정도다. 야당은 주장할 만큼 주장하고 따낼 만큼 따냈으며, 여당은 참을 만큼 참았고 양보할 만큼 내놓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야당이 승리한 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을 비토했다. 재재협상을 요구했다. 사실상 비준을 않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상식적인 정책심의와 판단 과정이라 보기 힘들다. 국익이 걸린 FTA를 정파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다음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권통합을 이루기 위해 민노당과 같은 진보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소수 좌파세력인 민노당의 2중대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듯, FTA 민심은 찬성 58%다.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하면 된다는 여론도 57%다. 여야 협상은 할 만큼 했다. 이제 민심에 따라 표결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