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재건 둘러싼 ‘리비아 게임’ … 사르코지 웃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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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리비아 게임이 시작됐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ar Qaddafi)가 숨지면서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리비아 이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에 들어갔다. 리비아 새 정부가 이번 내전 승리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석유개발권과 재건사업권을 분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443억 배럴(세계 9위)이고 내전이 일어나기 전 하루 생산량은 169만 배럴(17위)이었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 석유 개발권을 팔아 재건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국제사회가 리비아라는 ‘스테이크(이권)’를 놓고 서로 나눠 먹는 게임을 치열하게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너는 프랑스와 영국이다. 재정 적자로 고민하는 처지임에도 막대한 전비를 쏟으면서 리비아 공습에 나선 이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은 3월부터 카다피 친위군을 대상으로 약 9600차례에 걸쳐 공습을 가했다. 프랑스가 리비아 내전에 투입한 비용은 약 2억 유로(약 3600억원)에 이른다. 영국도 내전 초기 석 달 동안에만 2억5000만 파운드(약 4500억원)를 쏟아부었 다. 그 대가인지 AFP통신은 20일 “프랑스가 리비아 과도정부로부터 원유의 35%를 할당받기로 했다는 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르코지는 반군세력인 과도국가위원회(NTC)를 가장 먼저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리비아의 해외 동결 자산 해제에 앞장섰다. 9월1일엔 파리에서 ‘리비아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회의를 열어 리비아 사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당시 두 정상과 만난 무스타파 압델 잘랄 NTC 위원장은 “내정 동맹국은 리비아가 앞으로 맺을 계약에서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약속했다.

 뒤늦게 나선 미국은 1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리비아 전격 방문으로 존재감을 부각했다. NTC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클린턴 장관은 “(카다피를) 생포 혹은 사살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틀 후 카다피는 그의 말대로 사살됐다. 나토군의 공습이 시작됐을 때 시칠리아섬 공군기지를 시민군에 제공한 이탈리아도 ‘지분’을 내세우고 있다.

 루저는 카다피와 친했던 나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 정권과 우호관계였던 터키는 공항건설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수주해 왔다. 5월부터는 카다피를 버리고 NTC와의 관계를 쌓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카다피 정권과 NTC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뒤늦게 이권 챙기기에 나섰다. 하지만 차지할 ‘파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토의 군사개입에 반대해 왔던 두 나라는 카다피가 트리폴리에서 축출된 직후 발 빠르게 NTC 측에 줄을 대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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