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얼리 디자이너 송진희씨와 오싸 로크너(스웨덴)

중앙일보

입력

북한산의 등고선을 모티프로 만든 수공예 반지. 스웨덴 주얼리 디자이너 오싸 로크너가 디자인했고, 코이누르에서 제작했다.

스웨덴과 한국의 주얼리 디자이너가 만났다. 주얼리 협업을 하기 위해서다. 국적은 물론이고 문화와 언어도 다르지만, ‘주얼리’라는 매개를 통해 대화와 공감이 가능했다는 두 사람이다. 스웨덴의 주얼리 디자이너 오싸 로크너(38)와 한국의 주얼리 디자이너 송진희(36·코이누르 대표)씨를 만나봤다.

-협업의 계기가 궁금하다

오싸 로크너(이하 오)=한국은 첫 방문이다. 한국 주얼리 브랜드인 코이누르와 협업을 하기 위해 왔는데, 마치 고향에서처럼 포근한느낌을 받고 있다. 코이누르는 지인을 통해 알게 돼 협업까지 하게 됐다. 무엇보다 송진희대표가 가진 디자인 철학이나 마인드가 좋았다. 금속 재질의 간결한 디자인, 그리고 정갈한 느낌이 나와 닮았다. 주얼리 디자인은 디테일이 중요한 작업이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송씨와는 비슷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고,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송진희 대표(이하 송)=나 역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이누르를 찾는 고객들과도 교감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맺곤 했다. 오싸 로크너와 코이누르를 연결해준 것도 고객이었다. 우리를 연결해 준 지인은 “둘의 색깔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심지어 오싸의 어느 디자인은 깜짝 놀랄 정도로 내 것과 비슷했다.
 
-이번 협업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오=두 디자이너의 색깔을 작품에 담았다. 북유럽의 디자인 스타일은 반짝이고 매끈하기 보다, 내추럴하면서 100% 수작업을 해 손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코이누르 디자인 역시 나무 같은 자연의 모티프를 사용한 것이 돋보이는데, 이런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의 첫 작품은 심플하지만 그 안에 자연의 곡선같은 부드러운 움직임이 있는 디자인이다.

송=원본이 되는 메인 디자인은 오싸가 했다. 컬러나 패턴에 변화와 다양성을 주는 작업이나, 소재 질감 연구, 제작은 코이누르가 맡았다. 많은 수입품이 완성품 상태로 한국에 들어오는데, 이런 점과 차별을 두고 싶었다. 코이누르의 제작 기술에 자신이 있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제작은 여기서 했지만, 오싸의 입김 10%를 남겨두고 만들었다. 디자인을 한 오싸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한국적이거나 스웨덴적인 감성을 고려했나

오=동양적이거나 한국적인 것을 특별히 고려하진 않았다. 다만 어떤 디자인이 될지에 관해서는 고민했다. 디자인을 위해 한국과 서울에 관해 조사를 했는데, 서울의 북한산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큰 산이 내겐 인상적이었다. 북한산의 등고선을 보고 디자인을 했다. 또 한국인의 체형이 스웨덴 사람보다 작고 아담한 것을 생각해 사이즈를 크지 않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송=한국적인 것, 혹은 스웨덴 적인 것보다 그녀만의 색깔을 낸 디자인을 하길 원했다. 개인적으론 ‘메이드 인(made in)’보다 ‘디자인 바이(designed by)’가 중요해질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돋보이는 시대다.
 
-협업의 결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오=상당히 만족한다. 출시는 11월 중순인데, 그 전까지 송씨와 더 소통하며 품질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디자인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한국에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북유럽 역시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디자인 제품은 소재도 품질도 좋다.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도 장점이고, 좋은 품질로 만들어져 오래 쓸 수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스웨덴에 돌아가면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책 내용의 10% 정도를 일부러 쓰지 않고 남겨둔 채 한국에 왔다. 한국을 여행하고 코이누르와 협업한 경험으로 채울 예정이다. 남아 있는 한국 일정이 기대된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