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가 소개한 '유대인은 누구인가?'

미주중앙

입력

이스라엘 웨스트 뱅크 지역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신청에 반대하는 표시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유엔에 정회원국 신청을 했으며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반발하고 있다. AP


어느날 미국의 유명한 랍비가 신에게 물었다.

"고민이 있습니다."

신이 답했다. "무엇이냐."

"대학생 아들을 진정한 유대인으로 키우기 위해 이스라엘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이스라엘에 갔다 오더니 기독교인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1분간 침묵이 흐른 뒤 신이 답했다. "2000년 전에 내 아들도 그랬다."

미국의 유대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조크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자신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젊은 유대인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의 젊은 유대인들이 왜 그들의 부모세대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보도했다. 유대인 여성이 쓴 이 글은 최근 타임의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로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꼭 유대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심정이 간략하게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유대인들의 세대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단국가인 모국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세대차와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팔레스타인의 유엔(UN) 정회원국 신청을 놓고 이스라엘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신세대 유대인 다나 골드스틴의 타임지 글을 소개한다.

"나…지금 떨고 있어."

내가 쓰고 있는 글의 주제를 들은 어머니의 반응이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놓고 어떻게 미국의 유대인들의 세대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지 쓰고 있었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좌절을 이해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좌절하는 지 또 왜 그들이 유엔(UN)에 정회원국 신청을 했는 지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 미국은 유엔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UN가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민족 모두를 인정하지만 팔레스타인은 먼저 이스라엘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너가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일 때 나는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2009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왔다. 하지만 유대인으로서 이런 문제에 관해 얘기한다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뉴욕 교외에서 자라났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너무 당연한 분위기였다. 마치 민주당을 지지한다거나 금요일 저녁 안식일 촛불을 밝히는 것과 같았다.

나는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가르치는 유대인 학교를 다녔다.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인가. 그 끔찍한 유대인 집단학살의 현장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황무지 사막을 꽃피는 곳으로 일궈낸 땅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듣지 못했던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이다. 내가 그들에 대해 알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 가서다. 대학에서 무슬림 친구들을 만나고 중동역사 강좌를 수강하면서다. 또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유대인의 땅은 사실 44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나라없는 민족으로 만들고 얻은 점령지라는 사실도 그때야 알게 됐다.

미국의 다른 많은 젊은 유대인들 처럼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이스라엘로 여행을 다녀왔다. 유대인 단체가 후원하는 무료 고국방문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유대인 농부가 키운 과일을 맛보고 사해에 몸을 담그고 중세의 흔적을 볼 수 있었던 즐거움들은 그러나 또 다른 경험들에 의해 묻혀 버렸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치하는 모습을 봤다. 그 장벽으로 테러는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마을은 갈라지게 됐다. 장벽 밖으로 몰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일을 하기 위해 도시로 들어오려면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나는 검문소를 지키는 젊은 이스라엘 병사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들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스라엘 군의 만행에 대해 예기해 주었다.

이스라엘 여행을 통해 미국의 유대인으로서 내 믿음은 더 확고해 졌다. 나는 더이상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 적인 지지를 보낼 수 없다.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가 말해주고 있다. 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은 미국의 젊은 유대인들이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덜 이스라엘에 우호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세대는 1967년과 1973년 중동전쟁을 경험하면서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많다. 중동전쟁을 치를 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쪽에 가까웠다.

2007년 히브루 유니온 칼리지와 UC 데이비스 대학이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이 유대인들은 전 연령층에 걸쳐 여전히 '친 이스라엘'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35세 이하의 젊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관한 생각은 부모세대와 달랐다.

이 연령층에서는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팔레스타인)의 땅을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 또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때때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스아스모어대학 2학년인 하나 킹(18)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킹은 시애틀에서 보수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유대인 연맹' 모임에 참석한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 앞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킹은 "네탄야후는 자신이 모든 유대인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시위는 내 이름으로 불공정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2008년 결성된 정치후원단체 'J스트리트'는 하나 킹 보다는 좀 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친 이스라엘 친 평화주의'를 외치는 'J스트리트'는 보다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함께 워싱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J스트리트'의 UC버클리 지부를 담당하고 있는 사이몬 지머맨은 유대교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환학생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가 이스라엘과 관련해 '점령'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건 대학교에 와서다. 그는 당시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계 운동가들의 주장하는 이야기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 했다.

지머맨은 "그들은 전쟁동안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삶을 얘기했다. 점령지에서 살아 온 그들 가족들의 얘기였다"고 말했다. 지머맨은 "인권 사회정의 개인 삶의 가치 등 내가 평소에 옹호해야 한다고 배워왔던 얘기들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랍비조차도 세대차가 있다. 젊은 랍비들은 이스라엘 문제에 있어 그들의 선배 랍비들 보다 좀 더 비판적이다.

최근 뉴욕 유대교 신학대학의 랍비 지망생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 결과 젊은 랍비 지망생들의 70%는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을 대우하는 데 이스라엘 정부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1980년과 1994년 사이에 랍비가 된 응답자들은 이 비율이 젊은 랍비 지망생들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베자민 레스닉은 "미국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확장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독립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교 경전인 토라의 경구를 인용했다. "꾸짖음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정리=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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