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선 안돼” 대구시의회 추경안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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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일 예결위원장

대구시의회와 대구시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시가 제출한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예산안)을 시의회가 부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의회가 출범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현 시의원 28명(전체 34명 중 교육의원 5명과 사퇴한 시의원 1명 제외, 교육의원은 정당 소속 아님) 중 26명이 김범일 대구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권기일(47)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위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경예산안을 심의한 뒤 부결했다. 시는 이에 앞서 정부의 특별교부세 수입 등을 반영해 올해 당초 예산 5조3612억원보다 916억원 많은 5조4528억원의 추경예산안을 짜 의회에 제출했다. 권 위원장은 “세금 수입이 적어 일부 사업은 착공도 못하는 형편인데도 오히려 증액한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가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일부 사업을 마음대로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며 “이는 지방의회가 의결한 예산 틀을 깨는 것으로 예산 편성 권한 침해행위”라고 덧붙였다.

 시가 돈이 없어 집행하지 못한 예산(배정 유보 예산)은 1034억8700만원에 이른다. 경기침체로 취득세·등록세 등이 잘 걷히지 않아서다. 침산문화공원 조성(사업비 3억원) 등 800여 가지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권 위원장은 “돈이 없으면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포기하고 예산총액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낙동강문화관 진입도로 건설(20억원) 등의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대구시 김종근 예산총괄담당은 “의회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말께 결산 추경을 통해 바로잡으려 했다”고 밝혔다. 시는 10일 열리는 임시회에 추경예산안을 다시 올리기로 했다.

 시의회는 인사의 문제점도 파헤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대구시 공사·공단 선진화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정해용 위원장 등 7명의 위원은 내년 9월까지 활동한다. 특위는 새로 임명되는 공기업의 사장·이사장 등 임원을 상대로 경영 능력을 심사할 예정이다. 임원 선발 전부터 특정인이 거론되거나 퇴직을 앞둔 대구시 간부가 옮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구시 도시철도공사 등 4개 공사·공단의 임원 9명 중 7명이 대구시 공무원 출신이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 취수원 구미 이전 관련 발언, 삼성LED 유치 등 시의회와 협의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시장과 시 간부들이 의회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재정 여건을 무시하고 예산을 짜는 등 시의 예산편성에 문제가 많다”며 “추경예산안을 부결해 경종을 울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추가경정예산=예산을 편성한 뒤 세수입의 증감이나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에 따라 다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한다. 통상 연 2∼3차례 편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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