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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전당’과 ‘태권도 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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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손천택
인천대 교수

무주에 조성하는 ‘태권도 공원’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태권도 성지’라고 부르려니 기독교인들의 비판이 우려되고, ‘태권도 전당’은 북한이 이미 쓰고 있는 이름이다. ‘태권도 공원’ ‘태권도 파크’ ‘태권도 랜드’ 3개 중에서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태권진흥재단·태권도협회·국기원·세계태권도연맹 대표들이 모여 ‘태권도 원’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한다.

 이대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은 최근 “태권도 공원 조성은 종주국인 한국에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권도 공원 조성의 취지를 잘 설명했다고 본다. 태권도 공원은 세계 유일의 ‘태권도 테마공원’으로 한국의 스포츠 문화 브랜드를 세계에 전파하는 본산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전통무예이자 올림픽 정식 종목인 태권도를 세계적 무도 스포츠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공원 조성의 기본 구상은 네 가지의 기능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성지로서의 태권도 공원(Holy land), 배움이 있는 태권도 공원(Originality), 개념성이 있는 태권도 공원(Multi-function), 재미가 있는 태권도 공원(Edutainment)이 그것이다. 따라서 ‘태권도 공원’이나 ‘태권도 원’보다는 ‘태권도 전당’이 기본 취지에 더 근접해 있다고 본다. 전당(殿堂)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예술·과학·기술·교육 등의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Taekwondo Park’는 ‘태권도 전당’으로 부르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본다. 이미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적합한 명칭을 버리고 궁색한 명칭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손천택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