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변동성 하루 2.65% … 재정위기 유로존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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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 증시가 미국이나 유럽 등 재정 위기를 겪는 나라의 증시만큼 출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주요국 증시의 1거래일 평균 변동성(표준편차)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지수는 하루에 2.65%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하루 평균 등락률은 -0.43%다. 변동성이 2.65%라는 건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오르내린 폭이 평균에서 대개 2.65%포인트만큼 위아래로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출렁거림이 심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이번 위기의 근원지인 유로존 국가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내몰린 그리스(3.74%)를 제외하고 이탈리아(3.04%), 독일(2.75%), 스페인(2.70%), 프랑스(2.68%) 등의 변동성은 한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위기의 또 다른 시발점인 미국 다우존스지수(2.26%)의 변동성은 한국보다 오히려 작았다.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이 문제를 일으킨 나라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시장이 유독 글로벌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외국인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비중이 낮은 중국(1.22%)과 인도(1.42%)의 변동성은 한국보다 크게 작았다. 중국과 인도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각각 9%, 19% 수준인 반면 한국은 31%에 달했다. 조병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비중이 클수록 그 나라 증시의 변동성도 커진다”며 “그리스와 유럽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미봉책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면 이에 따라 변동성도 영향받게 된다”고 말했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작전 세력에 의해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허위사실 등을 유포한 뒤 단기 시세조종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작전세력의 전형적인 수법이 통할 가능성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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