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인 영리병원, 법 개정으로 뒷받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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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영리병원을 설립하기가 참 힘들다.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투자하는 영리병원이고,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만 설립되는 병원인데도 그렇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법률이 아닌 행정고시로 이 난관을 뚫으려 했을까. 정부가 ‘외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외국면허 소지자 인정 기준’이라는 고시를 지난달 개정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외국인이 외국자본 영리병원에서 일하려고 해도 한국 면허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얻어도 일할 수 있게 된다.

 고시 개정의 의미는 크다. 의료인력의 자격 문제가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이미 허용됐다. 하지만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못한 것은 의료인력과 병상 등 설립과 운영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풀기 위해 관련 절차법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되거나 폐기됐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의원들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병원 등 외국자본과 여러 차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도 파기했다. 이러한 관련 절차 문제가 이번 고시 개정으로 상당 부분 해결됐다. 또 병상이나 의료 장비 문제 등은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하기로 했다.

 영리병원은 교육과 함께 우리가 반드시 키워야 할 서비스산업의 핵심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늘고 선진국 진입도 빨라진다. 큰 고비를 넘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내국인 환자 비율 문제 등 작은 걸림돌도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이렇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당장 고시로 길은 텄지만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투자할 외국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영리병원의 설립 및 운영 절차에 관해 보다 분명하고 자세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 한다. 영리병원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보건복지부의 이미지 개선도 시급하다. 투명성에 근거한 소통의 원활, 그 이상의 비책(秘策)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