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백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직장인 김모씨는 아이폰을 구입하고 20일이 되지 않아 버튼 불량 등 하자를 발견하고 애플 측에 애프터서비스(AS)를 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새 제품으로 바꿔주는 대신 반품된 제품의 부품을 모아 재조립한 리퍼폰을 지급했다. 그 이후에도 버튼·진동 불량과 같은 하자가 계속 발생했고 그는 무려 15차례나 리퍼폰으로 교환해야 했다. 이는 애플의 일방적인 AS 약관 탓이었다. 애플사는 아이폰 AS 방법을 환불, 새 제품 교환, 리퍼폰 교환, 무상수리 중에서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아이폰 구매자들은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구입 후 1개월까지는 리퍼폰 대신 신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사와 그동안 AS 관련 약관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한 결과 제품교환 기준과 AS 배제 기준 등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고치기로 합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애플이 경쟁당국과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사의 AS 약관을 수정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공정위는 전했다.

애플은 지금까지 자사의 AS 기준이 전 세계에 공통된 것인 만큼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그동안 애플사는 아이폰 AS 요구에 대해 약관 규정을 들어 리퍼폰 교환만을 시행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앞으로 애플사는 AS 방법을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구입 후 최대 1개월까지는 신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구입 1개월 이후에도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거나 애플 측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했다.

 또 애플사는 그동안 ‘애플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을 함께 사용함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선 품질보증에서 제외했으나 모호했던 이 약관 규정도 명확하게 고쳤다. 아이폰과 함께 사용한 다른 제품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해 아이폰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만 품질보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다른 기기와 연결해 사용하는 건 당연한데 애플 이외의 제품을 사용했다고 품질보증을 안 해주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민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정위 김준범 소비자정책국장은 “애플이 약관을 자진 시정해 국내 소비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아이폰 보증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며 “구입 후 15일까지만 신제품 교환이 가능한 중국 소비자들보다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애플의 AS 기준이 한국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과 동일해졌다.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국내 소비자분쟁 해결기준과 똑같은 AS 규정을 두고 있다.

임미진 기자

◆리퍼폰(refurbished phone)=반품된 물품이나 고장 등의 사유로 회수된 아이폰을 분해해 사용 가능한 부품들을 모아 재조립한 제품. 미국에서 많이 거래되는데 대개 새 제품 가격의 50~70% 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