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윈텔’과 다시 손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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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발머 MS CEO(左), 오텔리니 인텔 CEO(右)

삼성전자가 ‘지암(G-ARM)’ 대신 ‘윈텔(Wintel)’을 택했다. 태블릿 PC 후속 모델에 윈도8 운영체제(OS)와 인텔칩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윈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Windows)와 인텔(Intel)의 조합을 뜻한다.

 그동안 삼성은 구글 안드로이드 OS와 엔비디아칩(ARM 기반)을 고수해왔다. 지암은 구글(Google)과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동맹을 일컫는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9일(현지시간) 삼성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13~16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MS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BUILD)’에서 윈도8 OS에 인텔칩을 탑재한 새 태블릿 PC를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뜻밖이란 반응이다. 윈텔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암에 비해 한 발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윈텔은 PC시장에서 오랜 동반자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ARM칩이 뜨면서 윈텔은 한 물 간 조합으로 비쳤다. 윈도8은 이런 와중에 MS가 태블릿 중심으로 개발한 OS다. 윈도의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은 1.6%로 미미하다. 하지만 삼성은 윈도8을 OS로 택했다.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인텔칩은 엔비디아칩에 비해 전력 사용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패드(애플)·안드로이드(구글) 같은 경쟁사 태블릿 PC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ARM 기반이 대부분이다. ARM의 스마트폰 CPU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윈텔을 택한 데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OS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이 삼성 갤럭시탭 10.1을 상대로 독일·네덜란드 등 국가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아군’인 구글마저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경쟁이 가열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1)’에서 “다변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며 “자체 OS인 바다 외에 다른 OS도 개발 중”이라고 말해 삼성이 OS 다변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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