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은 안철수 바람과 무관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이 8일 KBS 특별기획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정 전반에 걸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시원하게 소통되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었다. 오히려 요동치는 정치판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남 얘기하듯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답답함을 더했다. 대통령은 정치판의 구경꾼이나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최근 정치판을 흔든 안철수 바람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통령은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바람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대통령과 무관한 정치권의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통령은 또 “(정치권에)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거리를 두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변화를 선도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다. 변화를 촉구한다며 거리를 둔다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넘어 외면이자 방관이다.

 청와대는 안철수 바람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분명히 말했다.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그는 또 “현 집권세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른다”며 “1970년대 박정희 시대로 거꾸로 간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 교수의 이러한 생각과 발언에 많은 유권자들이 호응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현 집권세력’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바람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람의 실체는 안철수가 아니라 유권자다. 그래서 안철수 바람은 대통령이 자신과 무관한 듯 말해선 안 되는 민심의 경고다.

 “퇴임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런 의욕과 무관하게 정치를 멀리함으로써 소통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 왔다. 진정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되려면 더 적극적으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 그냥 그저 평소 생각을 일방적으로 던지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