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옛부터(?) 내려오는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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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올해도 시작된 한가위를 맞아 곧 귀성 행렬이 시작된다. 오가는 길은 고생스럽지만 일가친척을 만나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휴가 짧게만 느껴진다.

 여럿이 모여 “옛부터 고모 말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만큼 뭐든 들어주곤 했어” “이 옛스러운 장롱은 시집올 때 가지고 오신 거야” 등 옛이야기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에서와 같이 ‘옛부터’ 또는 ‘옛스럽다’는 말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각각 ‘예부터’ ‘예스럽다’를 써야 바르다.

 ‘예’와 ‘옛’은 품사가 다르다. ‘예’는 아주 먼 과거를 의미하는 명사이기 때문에 조사·접사와 결합할 수 있다. ‘예+부터(조사)’, ‘예+스럽다(접사)’의 형태가 가능하다.

 ‘옛’은 ‘지나간 때의’를 뜻하는 관형사로 ‘옛 기억’ ‘옛 추억’ 등과 같이 뒤에 오는 체언의 내용을 꾸며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옛’ 뒤에는 명사·대명사·수사가 와야 한다. 따라서 조사나 접사가 붙은 ‘옛부터’ ‘옛스럽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옛’은 ‘옛이야기’ ‘옛사랑’ 등과 같이 다른 명사와 결합해 합성어를 이루기도 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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