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갤럭시탭 때문에 본 피해 입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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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 갤럭시탭이 애플 아이패드 매출에 미친 영향이 판매 수치로 공개될지 주목된다. 애플이 낸 갤럭시탭10.1의 특허침해 소송을 담당하는 호주 시드니 연방법원 판사가 “애플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아이패드가 갤럭시탭 때문에 미국·영국에서 입은 매출 피해를 수치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이 아이패드를 모방한 갤럭시탭10.1을 만들어 아이패드 판매에 손실을 끼치고 있다며 호주에서 이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7월 이 법원에 냈다. 이에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의 미국·영국 매출을 공개하라”고 애플에 요구했다. 아이패드가 갤럭시탭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이를 실제 판매 수치를 공개해 입증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너벨 베넷 판사가 “애플에서 판매 수치를 강제로 받아내지는 않겠다”며 삼성전자의 이 요청을 거절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넷 판사는 그러나 “애플이 이를 수치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아이패드가 갤럭시탭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를 내놓으라고 강요는 않겠지만 애플이 재판에서 이기고 싶다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다.

 갤럭시탭의 출시가 아이패드 판매에 미친 영향이 밝혀진 적은 없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 법정에서 “안드로이드 기기를 원하는 이들이 갤럭시탭을 구매했을 뿐”이라며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매출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 측 변호인은 “애플 제품과 기능과 모양이 유사한 삼성의 제품이 애플의 매출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베넷 판사의 발언에 따라 애플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이패드·아이패드2의 판매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원래 8월 갤럭시탭10.1의 호주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출시를 미룬 상태다. 지난달 법원이 사건 심리를 9월 26일로 연기하자 판매 보류 기간도 다시 연장됐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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