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m 장애물 ‘금은방’ 주인 된 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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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켐보이.

육상 중장거리의 강국 케냐가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집안 경쟁을 펼치며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에제키엘 켐보이(29)와 올 시즌 랭킹 1위 브리민 키프로프 키프루토(26), 3인자 리처드 마티롱(28) 등 케냐 3총사가 레이스를 주도했다. 켐보이가 8분14초8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키프루토(8분16초05)는 2위로 골인했다. 마티롱은 7위(8분19초31)로 밀렸다.

 2회 연속 우승한 켐보이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마지막 바퀴 3코너를 앞두고 키프루토에 앞서 스퍼트를 시작해 곡선주로에서 마지막 장애물을 넘으면서 순식간에 4~5m로 간격을 벌렸다. 직선주로에서는 금메달을 확신하고 1번 레인에서 비스듬히 달려 7번 레인으로 골인했다. 켐보이는 골인하자마자 트랙에 엎드려 기도를 올렸고 관중들을 향해 댄스 세리머니로 박수갈채를 유도했다. 켐보이는 “2연패를 해 기쁘다. 한국 팬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켐보이는 이 종목의 최고 스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성인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서는 한동안 운이 없었다. 2003년 파리,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대회까지 3회 연속 2위로 눈물을 삼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7위에 그쳤다. 절치부심 끝에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한 뒤 대구까지 2회 연속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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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곡선주로 스퍼트 켐보이 #3연속 준우승 딛고 2연속 우승 #베이징 올림픽 금 키프루토 2위

 켐보이는 대회를 앞두고 팀 후배 키프루토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위, 2005 헬싱키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른 키프루토는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켐보이를 제치며 연거푸 금메달을 땄다. 특히 지난 7월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키프루토는 켐보이를 따돌리고 올 시즌 최고기록(7분53초64)으로 우승했다. 세계기록(7분53초63·사이프 사에드 샤힌)에 단 0.01초 모자라는 기록이었다. 키프루토는 당시 “대구 대회에서 반드시 세계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대구에서 경험이 풍부한 켐보이의 경기 운영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구=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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