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화룡점정(畵龍點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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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박지성, 챔스 결승만 세 번째, 화룡정점 찍을 수 있을까” “형광색 운동화, 가을 패션의 화룡정점” 등과 같이 ‘화룡정점’이란 말이 간혹 쓰인다.

‘화룡정점’은 ‘화룡점정’을 잘못 쓴 표현이지만 무심코 넘어가기 십상이다. 맨 꼭대기가 되는 곳이라는 뜻의 ‘정점’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룡점정’은 ‘정점’과 관련이 없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무슨 일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여기에서 점정(點睛)은 사람이나 짐승 등을 그릴 때 맨 나중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것을 뜻한다.

 양나라 시대 장승요라는 화가가 용 두 마리를 그렸는데, 눈을 그려 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그에게 묻자 “눈을 그리면 용이 살아나 하늘로 올라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그는 용 한 마리에 눈을 그려 넣었다. 그러자 그림 속 용이 실제 용이 돼 홀연히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에서 ‘화룡점정’이란 말이 생겨났다.

 ‘화룡점정’이 ‘그림 화(畵)’ ‘용 룡(龍)’ ‘점 점(點)’ ‘눈동자 정(睛)’자로 이뤄져 있으며 위와 같은 고사를 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화룡정점’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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