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가폭락 장기적 보약, 미국 신경제 앞날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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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주가폭락)은 뉴 이코노미(신경제)의 서막이 끝난 것(the End of the Beginning)일 뿐 신경제의 앞날은 창창하다."

지난 주 주가 대폭락을 겪은 후 이번 주 뉴욕증시가 개장하기 전 월가에서 나온 미국의 '신경제' 에 대한 진단이다.

주가 폭락의 여파가 아시아와 유럽을 돌며 지구촌 증시를 한바탕 뒤흔든 끝에 뉴욕증시가 보여준 극적인 반등은 이 진단이 틀리지 않음을 반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블랙 먼데이 때와는 달라〓뉴욕 증시의 주가는 17, 18일 이틀동안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서 지난 주 금요일의 낙폭을 가뿐히 만회했다.

대폭락 이후 뉴욕 증시의 주가 움직임이 미국 신경제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던 관측에 따른다면 이같은 결과는 신경제가 일단 1차 관문은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단 이틀간의 주가 상승을 놓고 신경제에 대한 검증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1987년 블랙 먼데이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사실 지난 주 내내 이어진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가나 하이테크 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어떤 패닉(공황심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올 것이 왔을 뿐" 이라는 입장이었고,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도 드러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 장기적으론 보약〓미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주 주가 폭락을 두고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론 신경제의 보약이 됐다" 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소위 '닷컴 기업' 주식투자 열풍이 부풀려 놓은 거품이 걷히고 진정으로 경쟁력있는 기업이 인정받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이테크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 는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하이테크 기업 투자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고, 벤처 캐피털 회사들의 투자대상 선정도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오히려 더 큰 기회를 맞고 있다.

확실한 수익 전망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 폭락은 신경제 하에서도 적자생존의 시장원리는 여전히 작동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이테크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거시경제면에서도 이번 주가 폭락은 미국경제에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는 평가다.

주가폭락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며,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은 기업들도 투자를 자제할 것이므로 경제 전반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경제는 '인플레없는 성장' 이란 신경제의 신화를 계속 이어갈 여지가 더욱 넓어진 셈이다.

◇ 결국 실물경제가 열쇠〓로런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주가 대폭락 직후 "정작 주목해야할 대목은 실물경제이며 미국의 실물경제는 여전히 매우 건실하다" 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의 등락은 누가 뭐래도 실물경제의 흐름에 좌우되고, 실물경제가 든든히 버티는 한 결국 주가도 회복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 이틀간의 주가 상승에는 주요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큰 역할을 했다.

신경제의 주역인 기업들이 여전히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도 주가의 등락은 계속될 것이며, 개인투자자들의 가세, 온라인 거래의 증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 주가 변동의 진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실물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하이테크와 인터넷 기술혁명의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증시의 폭락과 반등은 신경제의 본질이 주가 상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건전한 성장에 있음을 재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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