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 총리와 오세훈 시장의 사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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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호 02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26일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취임 14개월여 만에 물러나는 간 총리의 후임은 29일로 잡혀 있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결정된다. 이로써 일본은 2005년 이후 5년 연속으로 매년 한 차례씩 총리가 바뀌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총리 교체가 연례행사화하는 동안 일본의 국격은 급전직하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게 단적인 예다. 무디스는 총리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일관된 정책 실행이 어려워진 것을 신용등급 강등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간 총리가 10%대의 바닥권 지지율에 시달리다 사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들자면 리더십의 부재가 그 첫째다. 간 총리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 과정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 일본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여야 간, 당내 계파 간 정쟁으로 인한 정책 실종은 단명의 또 다른 원인이다. 참의원을 야당이 지배해 여야 협력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여야 협력은커녕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정건전화와 재난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대두된 증세 논쟁에 대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게 그 일례다. 재원 압박을 이기지 못한 민주당은 어린이수당 확대와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집권 공약을 스스로 접어야 했다.

간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의 사퇴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곰곰이 비교하고 따져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오 시장의 사퇴로 한국 사회는 빠르게 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 연말의 대통령 선거가 반년 남짓 사이로 이어진다. 아무리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한 번도 벅찬 선거를 세 차례 연이어 치르는 건 나라 전체에 큰 부담이다. 당장 국가적 어젠다가 관심권 밖으로 떠밀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나 국방개혁안 등 나라의 장래가 걸린 현안들이 그렇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건 눈앞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인기 정책이다. 각종 사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대권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를 조정해야 할 대통령의 권위와 힘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약해지게 마련이다. 간 총리를 끌어내린 모든 문제점이 우리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앙SUNDAY는 사설을 통해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려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일본의 경우를 바다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찬찬히 되씹어보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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