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애플 주식 100만 주 받아, 현 주가론 4100억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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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호 03면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51·사진)은 ‘관리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컴팩과 IBM에서 PC 분야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1998년 애플에 합류했다. 2005년부터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잡스와 함께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잡스가 병으로 회사를 비울 때마다 그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웠다. 특히 2009년 간이식 수술로 6개월 동안 출근하지 못한 잡스를 대신해 아이폰 3G 신제품 출시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동안 애플의 주가는 70% 가까이 올랐다. 잡스가 갑자기 CEO 자리를 넘긴 것은 쿡을 애플에 잡아 놓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이그제미너의 정보기술(IT) 전문 칼럼니스트 존 드보랙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창업자나 의사회 의장이 사망할 경우 당시 CEO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CEO 대행’일 경우 자동적으로 CEO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사람이 탐내는 쿡에게 ‘대행’ 꼬리표를 그대로 달아 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저가의 부품망을 정비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애플의 사업모델을 만든 쿡이 경쟁사로 갔다면 잡스의 사임보다 주가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라며 “잡스가 쿡의 발을 묶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CEO ‘대행’ 꼬리표 뗀 ‘관리의 달인’ 팀 쿡

애플은 쿡에게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 100만 주를 줄 예정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애플은 쿡이 계속 근무하는 조건으로 2016년과 2021년에 각 50만 주씩 지급한다. 현재 주가로 치면 모두 3억8000만 달러(약 4100억원)에 달한다.

쿡의 앞날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경영컨설턴트인 마이클 매코비는 “애플은 독자적인 생태계와 기술·특허를 갖고 있고, 충성심 높은 고객들까지 있다”며 “쿡은 이런 자산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경험을 갖췄다”고 말했다. 쿡도 신임 CEO로서 직원들에게 보낸 첫 e-메일을 통해 “애플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애플의 성공신화는 계속된다는 자신감을 보여 준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게이츠가 떠난 MS가 모바일 분야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거리다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애플의 수석부사장을 지낸 제이 엘리어트는 “주기적으로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아 애플 매니어들을 만들었던 잡스처럼 쿡 역시 3~5년 내에 아이폰·아이패드에 견줄 만한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심점 역할을 하던 잡스가 없는 상황에서 디자인을 맡은 조너선 아이브, 아이OS를 만든 스콧 포스톨 등 쟁쟁한 인재들을 다잡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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