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수해 피해 복구 나선 용인시새마을부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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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 주민들이 갑작스런 폭우로 수해를 입고 어려움에 처했는데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욱이 우리는 아줌마잖아요. 아줌마 파워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답니다.

 경기도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도내에서 모두 3968억여 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이는 경기도 역대 수해 피해액 가운데 최대다. 경기도 내에서도 특히 용인시의 피해 규모가 컸다. 모두 155가구 25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 수해 지역의 피해 복구에 용인시새마을부녀회(회장 예숙자)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용인시의 도움 요청이 있자마자, 수해 피해가 가장 컸던 처인구 모현면과 포곡읍 등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일대가 분주해졌다. 바로 지난 폭우로 공장 전체가 물에 잠겼던 곳에 용인시 새마을부녀회 회원 50여 명이 출동한 것. 공장들은 금형제작과 사출성형 등을 주로 했던 곳들로 공장 안 기계가 물에 잠긴 것은 물론이고 창고에 쌓아두었던 완제품 등 각종 물품들까지 진흙 범벅이 돼있었다. 새마을부녀회 주부 회원들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물품에 달라붙은 오물들을 세척해 나갔다. 예숙자(64·처인구 남동) 회장은 “시청 재난방재과에서 새마을회로 연락이 온 후 활동 가능한 사람을 모집해 보름 가까이 매일 용인 수해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해 직후 모두 정신이 없을 때 용인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의 ‘주부’ 저력은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모든 것이 비에 쓸려 내려가 밥 한끼 먹을 수 없는 수재민들에 직접 음식을 해서 먹이고 또 현장을 찾은 많은 봉사자들에게 식사도 대접한 것. 따뜻한 한끼의 밥은 다시 살아가자는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자는 의지로 되살아났다.

 새마을부녀회가 신속히 식사 봉사를 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간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하며 키운 노하우도 크게 도움이 됐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용인시새마을회관에서 노숙자와 빈곤 이웃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해왔던 것.

 마음을 다잡고 수해 현장에 출동했지만 그래도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그 참담함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회원 이효균(54기흥구 구성동)씨는 “산에서 넘어온 토사로 가득 찬 집안을 보며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이날 공장 청소에 나섰던 부녀회원들은 창고에 쌓여있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완제품신발 깔창들도 깨끗이 씻어냈다. 부녀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재생할 수도 없이 모두 폐기처리될 뻔한 물건들이다. 정기임(58처인구원삼면) 회원은 “비싼 기계와 피땀 흘려 만든 완제품들이 거의 다 물에 잠기면서 못 쓰게 됐는데 이럴 때 해줄 수 있는 건 봉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저 없이 봉사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공장 주인 이현숙(52·모현면 초부리)씨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사실 새마을부녀회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정신을 놓고 살았다”며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다 청소를 하나 막막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새마을부녀회는 올 초엔 교복나눔행사를 개최했다. 수익금 모두를 지역 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가을엔 저소득층 아이들을 데리고 가을 나들이에 나설 계획이다. 헌 옷 모으기를 통해 꾸준히 벌어들인 수익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각종 활동에 쓰고 있다.

 수해 현장을 치우는 복구 작업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봉사는 이어진다. 수해 지역이 안정화 되면 집 안 대청소, 도배 봉사도 할 생각이다. 예 회장은 “새마을부녀회의 봉사는 1년 365일 이어진다”며 “늘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앞장서는 단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10일 용인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수해로 피해를 입은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공장에 모여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85@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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