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탓에 척추 휘어버린 요즘 아이들…그대로 두면 온 몸 아프고 학습능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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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 지안메디포츠 원장이 바른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세가 나쁘면 척추가 휘고,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게 전 원장의 지론이다.

“길 가는 아이 10명 중 9명은 척추가 휘었어요. 어떻게 보고만 있겠어요. 40~50대에 벌써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가 될 게 뻔히 보이는데요.”

 대한바른자세협회장이자 대한재활의학과 개원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전영순(지안메디포츠 ) 원장. 그가 최근 어린이 척추 건강을 위한『척추 학교』(중앙m&b)을 펴냈다. 강남 엄마들 사이엔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구부정한 아이가 많다. 얼마나 심각한가

“척추는 몸의 기본 뼈대다. 여기에 머리가 얹히고 팔 다리가 달려 있는 구조다. 몸의 중요한 신경다발도 긴 다발 형태로 이곳을 통과한다. 그런데 이런 인체의 기둥이 점점 휜다. X선을 찍어보면 가관이다. 좌우 또는 앞뒤로 굽은 아이, 심지어 지그재그로 휜 아이도 있다. 이렇게 척추가 휘면 뼈가 빨리 닳는다. 디스크도 일찍 튀어나온다. 신경다발이 눌려 온몸이 아프고 여기저기 근육도 잘 뭉친다. 혈액순환이 안 돼 세포가 빨리 늙고 머리로 피가 잘 안 가 집중력도 떨어진다. 정확한 유병률을 알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대규모 조사를 기획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컴퓨터·스마트폰 영향이 크다. 머리를 길게 빼는 자세 때문에 C자가 돼야 할 척추가 침팬지처럼 목만 앞으로 나온 I자 형태로 바뀌고 있다. 체육 시간이 줄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학습 환경도 문제다. 서양 아이들은 자세가 불량해도 뛰어 노는 시간이 많으니까 척추가 버틴다. 일본은 우리와 학습환경이 비슷하지만 바른 자세 문화가 확립돼 있어 척추가 건강한 편이다. 우리 아이들의 척추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

 -척추가 휜 아이들은 어떻게 교정해야 하나.

 “보조기 착용은 최후의 수단이다. 대부분 운동요법만으로 교정할 수 있다. 웬만큼 휜 아이도 2~6개월간 운동하면 척추가 곧게 펴진다. 1단계는 기울어진 척추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운동을 한다. 2단계는 척추를 곧게 펴는 운동이다. 3단계는 곧게 펴진 척추가 다시 휘지 않도록 주변 근육을 튼튼히 한다. 그 후 몇 달 간격으로 점검 받으며 꾸준히 운동을 하면 척추가 다시 휘지 않는다. 운동법은 책에 자세히 설명했다.”

 -협회를 만들어 대국민 홍보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평생 남길 만한 가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했다. 그것은 아이들의 자세를 바르게 해 건강한 국가동력을 만드는 일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체육계·교육계·정책 전문가를 모아 대국민 홍보활동을 한다. 전국을 돌며 강의도 하고, 어린이가 따라 하기 쉬운 바른 자세 체조도 만들어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바른 자세 책임 주치의를 선정해 결연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앞으로는 신체검사에 척추검사를 포함시켜 매년 자신의 척추 건강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배지영 기자

 
전영순 원장=재활의학 분야 대중화의 선구자로 통한다. 1992년 재활의학과 개원의가 전무하던 시절, 대학에서 나와 국내 최초 스포츠전문클리닉을 개설했다. 현재 그에게 치료 받는 운동선수는 수백여 명. 태릉선수촌과 LG트윈스·두산베어스·SK와이번스 팀 닥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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