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이라고 자신하다 뒤통수 맞기 쉬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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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사는 유치원 교사 황문경(34·여)씨는 최근 피부과를 찾아 ‘피부 나이’를 측정했다. 날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공과 칙칙해진 피부 때문에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측정 결과, 그의 피부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네 살 많은 38세로 나왔다. 황씨는 “평소 스킨·로션 같은 기초화장 외에는 일절 화장을 하지 않았다”며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가는 등 햇빛에 노출될 일이 많았지만 피부에 기름기가 돌 것 같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하면 피부가 회복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장치선 기자

수분·유분함량, 색조·모공크기 따라 달라

피부 나이는 신체 나이와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상웅 교수는 “대부분 자신의 실제 나이와 피부 나이는 비슷하거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실제 나이가 60세인 여성이 92세로, 22세의 젊은 여성이 54세로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리가 소홀해지면 피부 나이가 금세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피부 나이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차앤박 피부과 김세연 원장은 “피부의 수분 함유량 정도와 유분량·색조·주름·모공 크기·탄력성 등이 피부 나이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피부 나이에 맞는 피부 관리와 화장품을 선택한다면 피부 나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과에서 피부 나이를 측정하기 어렵다면 일단 자신의 신체 나이에 맞는 피부 관리로도 피부 나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부 나이를 줄이는 연령별 피부 관리법을 알아본다.

20대, 여드름 흉터와 늘어난 모공 회복 어려워

20대 피부 나이의 관건은 ‘피지’다. 왕성한 피지 분비로 모공이 넓어지거나 여드름 흉터가 생길 수 있어서다. 고운세상피부과 이현승 원장은 “20대 때 생긴 여드름 흉터와 늘어난 모공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며 “수렴화장수나 모공 전용 탄력 개선 화장품으로 꾸준히 피지와 모공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렴화장수는 이완된 피부를 수축시키면서 피지가 과잉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 늘어난 모공을 일시적으로 조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 원장은 “수렴화장수는 알코올 성분이 많기 때문에 자칫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크림을 꼭 덧발라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렴화장수뿐 아니라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탄력섬유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모공 전용 탄력 개선 제품도 권할 만하다. 모공 주변 피부에 탄력이 생기면 모공의 크기가 함께 축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공 전용 팩을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김세연 원장은 “모공 팩은 모공 안에 있는 피지덩어리와 각질을 강제적으로 떼어낸다”며 “피부에 상처가 생겨 귤 껍질처럼 울퉁불퉁하게 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공 안에 든 노폐물뿐 아니라 정상적인 각질층까지 벗겨내 염증이 생기고 색소 침착이 일어날 수 있다.

 모공이 심하게 늘어났거나 여드름이 심하다면 피부과 레이저 시술을 권할 만하다. 김 원장은 “프락셔널 레이저는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세포 조직과 기존의 흉터까지 함께 재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시술로 모공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MRS·MTS 등의 시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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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나이와 비례하지않는 피부 … 연령별 화장품·시술 알아보니

30대, 눈주위 집중적으로 기미 생겨

30대는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다. 눈가의 탄력이 떨어지고 이 부위에 색소가 많아진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30세부터 시작해서 눈 주변이 건조해지고, 35세를 전후해서는 뿔테 안경을 쓴 듯 기미가 내려앉아 눈 주변 색이 달라진다”며 “35세를 전후로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면 피부 나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미는 자외선뿐 아니라 여성 호르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미가 생기는 가족력이 있다면 피임약 같은 여성 호르몬 관련 제제를 피해야 한다. 조 원장은 “기미가 있는 여성의 21%가 부모나 자매·친지도 동일하게 기미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여성은 한번 기미가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 진피형 타입이 많아 색소에 취약한 집안 내력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1년 내내 화이트닝 화장품을 바른다. 화이트닝 제품은 식약청에서 인증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멜라닌 색소를 억제하는 알부틴·코직산 등의 성분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브라이트닝’이라고 쓰여 있는 미백제품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식약청에서 인증받은 미백 기능성 화장품은 ‘화이트닝(미백)’으로 표시돼 있다. 기미가 심하다면 색소치료 전문 레이저인 IPL이나 레이저 토닝도 효과적이다. 진피 아래층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는 시술이다.

40·50대, 레티놀·에스트로겐 보충

40대는 성장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멜라토닌·갑상선 호르몬 등 여러 호르몬 분비가 동시다발적으로 감소한다. 표피 두께가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져 검버섯과 흑색점이 생기는 시기다. 팔자 주름과 입고리 주름, 인디언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김세연 원장은 “고농축 레티놀이나 니코틴산 아미드처럼 주름 예방에 효과적인 성분을 함유한 고농축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 나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콜라겐 등 퍼밍 성분이 함유된 안티에이징 화장품도 모공을 팽팽하게 조이는 등 주름 예방에 도움을 준다.

  폐경기가 시작되는 50대에는 체내 호르몬 변화로 피부는 더욱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피부 내의 콜라겐이나 탄력섬유는 점차 양이 감소하고 배열 또한 불규칙해져 잔주름이 아니라 깊은 주름이 자리 잡는다. 피부 색조 변화로 기미·주근깨는 갱년기 이후 오히려 엷어질 수 있지만 얼굴·손등·목·가슴에 검버섯이나 흑자는 점차 증가한다. 김 원장은 “50대 이후에는 화장품 외에도 에스트로겐을 바르거나 먹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진피의 탄력조직인 엘라스틴, 콜라겐과 피부 보습인자인 히아루론산의 생성을 촉진한다.

피부미인이 되려면 피부 나이에 맞는 관리법을 택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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