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어려운 췌장·담도암 … 복통·체중감소·황달 3대증상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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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걸리면 죽는다’ ‘수술을 해도 몇 개월 못 산다’ ‘가장 아픈 암이다’…. 췌장·담도암에 대한 말이다. 우리나라 암 발생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은 아홉 번째, 담도암은 여덟 번째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췌장암은 다섯 번째, 담도암은 여섯 번째. 그만큼 사망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병원을 찾을 땐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인 말기가 90%에 달하고, 수술을 하더라도 2년 생존율이 10% 내외다. 5년 생존율은 10대 암 중 가장 낮다(췌장암은 1위, 담도암은 4위). 하지만 포기할 병은 아니다. 새로운 수술법의 등장과 치료제의 병용으로 치료성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췌장·담도암 클리닉을 개설해 가장 많은 연구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곳 송시영(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췌장·담도암의 증상과 치료법, 최신 이슈를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송시영 교수가 췌장·담도암의 최신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췌장·담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율을 기대한다.

소장·위·간에 둘러싸여 발견 힘들어

췌장과 담도는 암이 나타나는 장기 중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소장과 위·간 등으로 둘러싸여 웬만한 진단기구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두 기관은 모두 음식물의 소화·흡수에 필수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췌장은 단백질·탄수화물을 흡수하는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조절에 필요한 인슐린도 생성한다. 담도는 지방흡수에 필요한 담즙을 저장한다. 췌장과 담도에 문제가 생기면 소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황달과 당뇨병 등이 생긴다.

 이런 췌장과 담도는 암 발생 과정에서도 유사점이 많다.

 먼저 다른 암보다 발견되는 시기가 늦다. 송 교수는 “위암·대장암 등은 1~2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지만 췌장·담도암은 대부분 3~4기에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유는 장기의 위치 때문. 그는 “일반 종합검진에서 하는 복부 내시경이나 초음파로는 췌장과 담도에 있는 암이 보이지 않는다. 보인다 해도 말기의 큰 암만 겨우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혈액검사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두 번째 공통점은 통증이 심하다는 것. 췌장과 담도의 암세포는 유난히 통증 유발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특히 이들 장기가 등 가까이 위치해 허리 통증이 심하다. 통증은 암이 진행할수록 심해지고 대부분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고통스럽다.

 세 번째는 수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췌장·담도 주변에는 여러 장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 포진해있다. 암이 작더라도 주변 혈관을 많이 침범해 배를 열어도 수술을 못하고 닫는 경우가 많다.

우선 복부초음파 → CT·MRI로 확진

췌장·담도암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증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췌장·담도암의 3대 증상은 복통·체중감소·황달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6개월 내 체중의 10%가 줄면 의심한다. 췌장·담도에 암이 생기면 영양이 흡수되지 않아 체중이 준다. 갑자기 당뇨병이 생겨도 의심한다. 췌장암이 생기면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아 당뇨병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있다면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뒤 의사의 소견에 따라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영영상장치)로 확진을 받는다. 송 교수는 “복부에 지방이 많은 사람, 장에 가스가 많다면 초음파 검사로 암을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흡연·음주·가족력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CT 등을 찍어 확인해야 한다.

 암이 해당 장기에 국한되고, 1~2㎝ 이하면 90% 이상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췌장·담도암 환자의 85~90%는 암세포가 주위 조직으로 퍼진 상태에서 발견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환자는 속수무책이었다.

극심한 통증 줄이는 신경절단술 개발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치료법으로 수술 가능한 환자가 늘고, 생존율도 높아졌다. 송시영 교수는 “토모테라피 등 방사선 치료로 먼저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한다. 주요 혈관에 암이 전이된 경우에도 혈관을 자르고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젬시타빈 약제 사용과 더불어 다양한 항암약제 적용이 가능해진 것도 고무적이다. 췌장·담도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줄이는 신경절단술도 개발됐다.

 송 교수는 “과거 10년 전에 비해 평균 생존율이 2~3배 늘어 16.7개월(췌장암)로 높아졌다. 미국의 평균생존율 10개월에 비하면 훨씬 앞선다. 앞으로 치료제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췌장·담도의 암줄기세포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수술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세브란스병원 췌장·담도암 팀은

● 국내 최초 췌장암 수술 전 항암치료 개념을 도입 ● 국내 최초 항암 약물치료와 방사선 동시 치료 개념 도입 ● 췌장암 수술에 간문맥 절제술(혈관에 암이 퍼진 경우 간문맥 절제) 도입 ● 췌장암에서 어떤 항암제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유용성 검사 수행 ● 췌장암에 관여하는 신규 유전자 세계 최초 규명 ● 소화기암을 진단하는 캡슐 내시경 개발 연구 수행 ● 암의 선택된 부위에 항암제를 집중시키는 자석 나노 물질 캡슐 개발 수행 ● 내원 당일 검사해 치료 방향 결정하는 ‘원스톱 서비스’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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