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인사, 옐로캡 … 중국 백화점과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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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시 롯데백화점 톈진 1호점 4층의 의류 코너에 있는 ‘슈페리어’ 매장에서 현지 고객들이 여름 골프 의류를 고르고 있다. 톈진 1호점은 고급스러운 서비스에 신경을 썼다.


세계 유명 백화점들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곳이 중국이다. 한국의 백화점이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관심 속에 100%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백화점 롯데백화점 톈진(天津) 1호점이 중국 톈진시에 지난 6월 17일 문을 열었다.

 “2018년 매출액 200조원으로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간다”는 목표를 세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다. 백화점의 글로벌 경영 성공 여부를 알려 주는 바로미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개점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4일, 이 백화점 지하2층 식품관에서 마주친 도우미(옐로캡)가 식품관에서 물건을 산 고객들의 장바구니를 들어줬다.

신동빈 회장

 옷 매장의 판매 사원들은 손님이 올 때마다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날 3층 문화센터 강의실에서 요리 강습을 듣던 진위샤(28·여)는 “친근하고 섬세한 서비스 때문에 다른 백화점보다 훨씬 고객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옆 방에선 20~40대 중국 여성 10여 명이 백인 여성 강사의 율동에 맞춰 벨리 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톈진점의 문화센터뿐 아니라 수유실, 여성전용 주차장, 스킨케어룸, VIP전용 라운지 등은 한국에서 반응이 좋은 대표적 고객 서비스가 그대로 도입됐다.

 화장실은 고객 한 명이 나올 때마다 청소원이 들어가 청소를 마치고 ‘소독 완료’ 종이띠를 붙여 놨다.

 변기에 맨살이 닿는 것을 꺼리는 중국인의 습성을 고려한 호텔급 서비스다. 휴식공간도 전체 면적의 20%에 달한다. 이런 고객 서비스들은 중국 현지 전문가조차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던 것들이다.

 정윤성 롯데백화점 톈진법인장은 “무조건적인 현지화만이 정답은 아니다. 친절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현지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더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100% 롯데 자본이라 상품 구성과 매장 배치, 서비스 등에서 롯데만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매장 입지로 싫어하는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한 것도 그런 예다. 지하 1층을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과 영캐주얼 매장으로 구성했고, 식품관이 있는 지하 2층은 지하철과 연결시켰다. 1층 캘빈클라인 컬렉션 매장에서 40만원짜리 남성 셔츠를 산 자오핑(33)은 “여태까지 홍콩·일본에 가야만 살 수 있었던 상품을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일단 출발은 좋다. 오픈 당일 12억원의 매출로 톈진 지역 백화점 오픈 최대 매출 기록을 깼다. 백화점 비수기인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3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냈다. 개점 한 달 만에 확보한 백화점 회원 수는 6만 명. 18년 전 인근에 문을 연 일본 이세탄백화점의 회원 수가 8만 명인 것에 비하면 꽤 괜찮은 실적이다. 건너편 대만계 위안둥(遠東)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이 오픈한 후 손님이 줄어 7층 식당가의 문을 닫았다.

 지난 6월 28일 톈진점을 찾은 신 회장도 일단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준비를 잘했고, 컨셉트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손익에도 신경을 써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5월 톈진 2호점을 비롯해 2018년까지 40여 개의 해외 점포 오픈을 계획 중이다.

중국 톈진=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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