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3 헤어드라이어 업체 이충구 유닉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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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일본 제품 모방에서 시작해 6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톱3 업체로 성장한 헤어드라이어 전문업체 유닉스헤어. 이 회사 이충구(70·사진)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고데기와 헤어드라이어를 합친 ‘퓨전형’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미·중·일 등 전통 수출시장에 머물지 않고 하반기부터는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에 나서 글로벌 톱3 위치를 굳히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대기업(호남전기) 임원 출신이다. 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헤어드라이어기를 자체 개발해 사업을 꾸리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다. 이 회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들이 연탄집게 비슷한 모양의 파마집게로 머리를 ‘지지고 볶아’ 모양을 냈다”며 “경제가 발전하고 여성들이 일터로 나오면 한국에서도 헤어드라이어기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일단 일본 제품을 구해 분해해 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일제 헤어드라이어기 수십 개를 싸들고 공항을 들락날락해 보따리상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때론 화상을 입으면서도 넉 달 동안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자체 1호 제품을 개발한 것은 78년. 이 회장은 “처음엔 홍보가 안 돼 공장 여직원을 상대로 영업했다”며 “점차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가정 필수품’으로 인기를 끌더라”고 회고했다.

90년대 초반엔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다. 값싼 중국산이 밀려든 것. 이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찾은 해법은 품질이었다. 그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직접 대학을 돌며 인재를 스카우트했다. 덕분에 고장률이 크게 줄었고, 제품 라인도 다양해졌다.

이후 품질 제일주의는 그의 첫째 신조가 됐다. 2002년 미국으로 수출하던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하자 제품 5만2000개를 리콜한 적도 있다. 당시 연 매출의 10%에 달하는, 2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유닉스엔 200여 명 직원 중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다는 특징도 있다. “비정규직을 둬봐야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겠습니까. 소외감을 느끼는 비정규직 사원이 늘어날 때 회사가 보는 손해가 더 크죠. 책임감을 심어 주자는 측면에서 정규직으로만 채용합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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