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철도 안전은 국격(國格)을 좌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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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감사원이 어제 사고가 잦은 KTX에 대한 예비감사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도 ‘KTX 안전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2월 광명역 인근 터널에서 발생한 탈선사고 후 내놓은 46개 추진 과제에 36개 항목을 더 얹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 감사를 안 하고 안전대책 개수가 모자라 사고·고장이 빈발했던가. 23일 발생한 중국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 탓에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잦은 KTX 사고가 지진으로 치면 대지진에 앞선 초기 미동(微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코레일은 원저우 참사가 마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처럼 여기고 경각심과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리는 KTX 안전에 확신이 없다면 국민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일시 운행 중단까지 검토하라고 권한 바 있다. 중국처럼 인명사고가 나지는 않았다지만,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승객들의 ‘불안’을 싣고 달리는 모습이 위태로워서다. 물론 코레일은 KTX가 낙뢰는 물론 차축·레일의 이상고온, 지진·강풍·폭설, 운전자의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 등 각종 돌발변수에 잘 대비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달리던 열차가 멈춰서는 경우 후속 열차는 6㎞ 떨어진 지점부터 속도를 늦추게 설계돼 있으므로 중국과 같은 추돌사고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말로 확보하는 게 아니다. 광명역 인근 사고는 너트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작업자의 잘못이었고 5월의 열차 지연 사고는 기관사가 비상제동 버튼 위에 도시락 가방을 올려놓아 일어났다. 열 감지장치 센서 불량으로 열차가 멈춘 적도 있다. 사람·기계·시스템 모두 문제가 있기에 정부도 부품 교체 시기를 앞당기고 정비감독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이 와중에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부품 교체가 단숨에 되는 게 아니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고장이 좀 날 것”이라고 말했다니 무슨 ‘납량(納凉)열차’를 권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을 믿고 타라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고속열차는 나라의 얼굴이다. 어제 중국 증시는 열차 사고 여파로 급락했다. 이달 초 “중국의 고속철 기술력은 신칸센보다 우수하다”고 큰소리쳤던 중국 철도부는 고개를 숙였다. 반면 1964년 신칸센 개통 이후 탈선사고가 딱 한 번 지진 탓에 났고 사망자도 없었던 일본은 우쭐하고 있다. 국격(國格)이 엇갈리는 장면이다. 우리가 모색 중인 해외 철도시장도 ‘기술’을 넘어 ‘안심’을 수출한다는 자세여야 통한다. 정부와 코레일은 이번이 ‘안전한 KTX’를 만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