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관은 수도승처럼 지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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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원장

앞으로 감사원 감사관은 감사기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피감기관 직원과 그 기관의 변호사·회계사를 사적으로 만나는 게 금지된다. 또 정치 경력이 있는 사람은 감사위원이 될 수 없게 된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됨에 따라 흠집이 난 감사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쇄신 조치들로, 감사원은 25일 그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양건 감사원장은 “저축은행 사태에 감사위원이 연루돼 부끄럽다”며 “감사원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쇄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홍정기 사무총장이 전했다.

 감사원은 내부 규범인 감사활동수칙과 감사관 행동강령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감사관은 감사기간 중 감사 장소가 아닌 곳에서 피감 기관·단체 소속 직무 관련자와 별도 접촉을 하는 게 엄격히 금지된다. 직무 관련자의 범위에는 피감사자의 법적 대리인인 변호사와 회계사도 새로 포함됐다.

감사관이 만일 직무 관련자와 식사를 하는 등 사적인 만남을 가져야 할 땐 이를 상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식사 비용(3만원까지로 제한)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 감사관이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인맥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조치는 감사관들에게 수도승처럼 지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감사관이 상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혈연·지연·학연 등 이해관계가 걸린 감사를 해야 할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내부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핫라인’도 설치하기로 했다. 감사관이 핫라인을 통해 부당한 압력이나 청탁에 대해 신고할 경우 감사원장만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감사원의 새 방침이다.

 감사원은 정치인 출신인 은 전 감사위원이 구속기소됨에 따라 앞으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선 감사위원으로 임명제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최근 3년 이내 정당의 당원’ ‘공직선거 출마 경력자’ 등이 임명제청 배제 대상이다.

김영호 감사원 기획관리실장은 “감사원장이 대통령에게 올바른 제청권을 행사하면 되는 만큼 굳이 감사원법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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