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상봉씨 ‘나눔의 기쁨 나누는’ 특별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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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상봉 디자이너(오른쪽)가 22일 서울 청담동 동덕여대 디자인센터에서 학생들에게 헌 옷을 이용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느끼는 대로 맘껏 만들어봐요. 과감하게 자르고 붙이면 어때요? 그게 리폼(reform·헌 옷을 다시 디자인하는 작업)의 핵심이죠.”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청담동 동덕여대 디자인센터 제작실습실. 방학 중이지만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가 이 학교 학생 40명에게 리폼 디자인을 가르쳤다. 이씨는 일일이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원하는 디자인 컨셉트를 물어보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알려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그는 이날만큼은 ‘교수님’이었다. 그는 ‘2011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의 재능기부 강사로 강단에 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이 사업은 성악가 조수미씨, 지휘자 금난새씨 등 문화예술계 명사 100명이 강연·공연 등을 통해 재능을 나누는 행사다.

 - 수업 주제를 리폼으로 잡은 이유는.

 “기부만큼이나 환경 파괴도 중요한 사회 이슈다. 요즘 너무 많은 옷이 버려진다. 더구나 헌옷을 꾸미는 건 재창조다. 디자이너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만큼 기존의 것을 남다르게 발전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나도 10년 전 옷을 다시 디자인해 입는다. 외국은 리폼이 하나의 트렌드인데 우리는 헌옷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 자선경매 참여, 판매 수익금 기부 등 그동안 다양한 기부활동을 해왔다. 이번 재능기부 수업의 특징은.

 “재능 기부를 하는 분들은 보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나는 ‘이중 기부’를 떠올렸다. 재능 기부를 받은 이들이 동시에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디자이너 꿈을 가진 어린이들보다는 이미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학생들을 찾았다. 이번 수업 중 학생들이 만든 옷은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기부한다.”

 - 나눔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예전엔 나만을 위해 살았다. 가족에게조차 인색했다. 하지만 6년 전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외로움을 느꼈다.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그들이 필요로 할 때 내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나 사랑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 한글 홍보대사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한글 옷 덕에 대중에게 받은 사랑이 무척 크다.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하면서 세계에 한글을 알리는 데 책임을 느낀다.”

 - 옷으로 한글을 알리는 노하우가 있다면.

 “파리·뉴욕 등 해외 무대에 나가면 한글에 호기심을 갖는 외국인이 많다. 그런데 초기에 훈민정음 자·모음으로 디자인을 했더니 뜻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요즘엔 외국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 형식의 글을 넣는다. 이번에 개발한 한글 원단에도 동요 ‘즐거운 나의 집’의 가사를 넣었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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