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경쟁 그리고 담합 … 컵커피의 세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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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프렌치카페(남양유업)와 카페라떼(매일유업)는 편의점 음료 매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컵커피의 맞수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 회사가 시장의 75.5%(남양 40.4%, 매일 35.1%)를 점유하고 있다. 둘 다 가격은 1200원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가격이 담합의 결과라는 판정을 내놨다. 남양유업에 74억3700만원, 매일유업에 53억7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담합에 가담한 두 업체 임원은 검찰에 고발됐다. 양사의 담합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섣불리 값을 올리지 못하다 결국 ‘짜고 인상’이란 유혹에 빠진 전형적인 사례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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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700원에서 시작해 1200원까지 간 컵커피의 가격 속에는 독점과 경쟁, 그리고 담합의 메커니즘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공정위는 그런 메커니즘의 전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매일유업이 처음 카페라떼라는 신종 커피 음료를 출시한 건 1997년 4월이다. 우유가 50% 이상 들어가 맛이 부드럽고, 길거리에 들고 다니며 마시기에도 편했다. 이른바 ‘워킹 커피’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며 캔커피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갔다. 외환위기 한파가 밀어닥친 때였지만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이라 가격은 빠르게 올라갔다. 매일유업은 7개월 만에 800원, 다시 3개월 후 1000원으로 값을 올렸다. 하지만 달콤한 ‘독점 이윤’의 시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1998년 5월 남양유업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시대로 접어들며 컵커피의 가격인상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시장점유율 경쟁이 펼쳐지는 속에서 누구도 섣불리 가격을 올리는 모험을 감행하지 못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2006년에는 남양유업이 점유율에서 기존의 1위 매일유업을 제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2007년까지 9년간 컵커피의 가격은 1000원으로 고정됐다.

 그러다 2007년 1월 초 양사의 임원이 마주 앉았다. 원가 부담에 수익구조가 나빠지자 견디다 못한 두 회사가 나란히 가격을 올리는 ‘휴전’을 택한 것이다. 이후 실무자급 회의가 이어졌고 양사는 2월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1200원으로 값을 올리자는 데 합의했다. 컵커피의 60%가량이 편의점에서 팔려 이 가격이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담합이 이뤄지자 9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가격도 뛰기 시작했다. 3월 매일유업이 200원 인상했고, 시차를 두고 7월 남양유업이 뒤따랐다. 2009년 다시 1400원으로 인상하기 위한 접촉도 있었다. 이 시도는 실패했다.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 4월 담합은 공식적으로 깨졌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시장에서 경쟁체제가 유지된 9년간은 원가가 올라도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했지만 담합이 이뤄지자 두 회사는 시장에서 하나의 독점기업처럼 행동했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면서 “최근 담배시장에서 드러났듯 결국 가격을 잡는 가장 좋은 수단은 경쟁”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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