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준표 ‘우파 포퓰리즘’은 위험한 레토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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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의 홍준표 신임대표는 신문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파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친서민정책은 헌법적 근거를 가진 좋은 포퓰리즘이며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는 국가 재정을 파탄시키는 나쁜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친서민·복지확대 정책이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려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한 것 같다. 일종의 대비법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잘못된 것이다. 우선 이는 국민들에게 “좌·우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을 한다니 포퓰리즘이 나쁜 게 아니구나”라는 혼란을 준다. 포퓰리즘이란 국가나 지도자가 정책을 선택할 때 이성(理性)과 경제성, 재정상황 같은 요소보다는 다수 대중의 정서와 욕구에 따르는 걸 말한다. 에바 페론 등 과거 중남미 지도자, 최근의 잉락 태국 총선 승리자, 일본 집권 민주당의 일부 정책 등이 대표적인 예다. 포퓰리즘 지도자나 정책은 역사적으로 실패가 많았고 실패가 진행 중이며 실패가 예고되어 있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피해야 할 방법론이다. 홍 대표 자신이 2005년 당 혁신위원장 시절 만든 당의 정강·정책 전문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집단 이기주의와 분배지상주의 포퓰리즘에 맞서 헌법을 수호하고….” 홍 대표의 ‘우파 포퓰리즘’은 역사의 교훈과 맞지 않으며 당의 노선을 위배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포퓰리즘 용인(容認)’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레토릭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보수주의 정당들은 복지 확대를 고민하면서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이라는 신중하고 성숙된 표현을 쓴다. 같은 맥락에서 한나라당은 ‘친서민’이나 ‘따뜻한 보수주의’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홍 대표는 정몽준·김무성 의원의 비판과 특히 이경재 의원의 다음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홍 대표가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을 가려서 하겠다고 했지만 정강·정책에 나온 대로 포퓰리즘은 포퓰리즘이고 친서민 정책은 친서민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