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사업화·판로 ‘삼각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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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말 80여 개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전기술은 동반성장 협약식을 열고 기술 이전 사업 등 9대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한국전력기술 제공]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자사의 폐수처리 관련 기술을 한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원자력·화력발전소 설계 전문기업으로서 가다듬어 온 기술이 성공적으로 사업화됐다. 그 덕에 이 중소기업은 지난해에만 30억원의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한전기술의 중소기업 지원은 기술 이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협력업체와 함께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탈질촉매제 생산공장을 공동으로 세우고 북미·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신공법과 한전기술의 원천기술,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해외 진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한전기술은 1975년 설립된 전문기술회사로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동반성장 전략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의 특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동반성장과 관련해 한전기술 안승규 사장은 “혼자 잘하는 것보다 다 함께 잘할 때 경쟁력은 배가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자주 인용한다. ‘동반성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가치의 실현’이라는 비전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얘기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안 사장이 제시하는 모델은 기술지원, 사업화지원, 판로지원의 ‘삼각(3-way) 성과공유’다.

기술 지원은 그 핵심이다. 지난해 5건의 개발기술·특허권을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기존 기술을 이전하는 것뿐 아니라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중소기업을 참여시키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5건의 과제에 54억원가량을 출자해 대영케미칼, 한모기술 등 7개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을 하고 있다. 매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인력 양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전된 기술의 사업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공동사업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전기술은‘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 공동수행 협력’ 등 10건의 공동사업 개발 협약을 중소기업들과 체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을 사업화하더라도 팔 곳을 찾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많은 중소기업이 미약한 브랜드 인지도, 유통망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한전기술은 중소기업제품 직접 구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전체 구매액 중 중소기업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85%에 달했다. 국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중소기업들과 함께 참여해 판로 개척을 돕기도 한다. 이 경우 참가비용은 한전기술이 전액 부담한다. 2월에 열린 ‘세계에너지절약엑스포(SENEX 2011)’에는 협력업체인 수국·코와와 동반 참가하기도 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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