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기업 직원들, 주식 투자하러 회사 다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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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공무원에 버금가는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한참 다르다. 아직도 상당수의 임직원은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영 부실이나 직원들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이번엔 근무시간 중에 주식 투자를 한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공기관 임직원 행동강령은 근무시간 중 사적인 주식 거래를 금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사학연금공단·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5개 금융 공기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회사별로 임직원의 10~29%가 지난 2년간 근무시간 중에 주식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임직원 수는 모두 699명이었다. 이 중 34명은 직원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부장 또는 지점장급 이상의 간부였다. 지방행정공제회에서는 감사팀장도 걸렸다.

 사학연금공단의 경우 전체 직원의 약 30%가 일과 중에 주식투자를 했다. 주식 거래 횟수는 한 사람당 평균 922회에 달했다. 주식운용팀장이었던 A씨는 올 1월까지 총근무일수의 83%인 247일간 주식에 매달려 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 채권운용팀장도 비슷했다. 사무실에 앉아 거의 온종일 제 자신의 재산 불리는 일에 매달렸다는 말이다.

 지방행정공제회 주식팀에 근무하는 직원은 2년간 공제회가 매입하려는 주식을 사전에 파악해 해당 종목을 미리 산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방식으로 1억1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는 선행(先行) 매매로 불법행위다. 사학연금공단의 전 주식운용팀장에게도 이런 의혹이 제기된다. 이들이 공단·공제회의 주식 매매 정보를 사전에 친지들에게 누설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근무일수의 80% 이상 주식 거래를 한 임직원은 해임하고, 그 외는 알아서 징계하라고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런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벌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니 만큼 해임 요건을 넓히는 징벌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