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담긴 막걸리 장인정신으로 세계화 도전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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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인기는 먹고 마시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막걸리 등의 전통주를 만들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체험관도 많이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동 충정로2가에는 경기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만든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 수수보리아카데미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도 외국인들이 직접 전통주를 만들 수 있다.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두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레베카(미국∙28∙사진)와 대니얼(미국∙28)이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레베카가 막걸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여행 가이드북인 ‘론니플래닛’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 도착한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막걸리를 맛봤다.

그녀는 “처음 막걸리를 맛본 곳은 남대문이었습니다. 스낵, 해산물 등을 파는 마켓이 있었는데 근처에 앉아 있던 신사 한 분이 마셔보라고 권해 처음 맛을 봤습니다. 당시 파전과 같이 처음 먹었는데 환상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막걸리와 와인의 차이점을 물어 봤다. 먼저 레베카는 “서양인에게 와인은 막걸리보다도 친숙합니다. 막걸리를 신기한 술로 생각합니다. 또 막걸리는 유통기간이 있습니다. 와인은 오랜 세월을 묵혀 둘수록 맛이 좋아지지만 막걸리는 신선할 때 금방 먹어야 맛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니얼은 “전 와인은 잘 마시지만 막걸리나 원주는 잘 못 마십니다. 와인보다 더 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걸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랜 역사, 즉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해 물어봤다.
레베카는 “막걸리를 좀 더 많은 외국인들이 좋아하기 위해서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높은 퀄리티를 가진 막걸리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장인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막걸리가 자주 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고쳐야 합니다. 아스파담 같은 감미료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유통기한을 늘릴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값이 저렴한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녀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막걸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맛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가르쳐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은 “막걸리와 원주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충분히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합니다. 다만 그들에게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레베카와 대니얼은 28살 동갑내기 부부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올해로 5년째다. 특히 레베카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녀는 와인을 비롯한 발효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와인 관련 자격증도 갖고 있고 수수보리아카데미의 전통주 전문 교육 정규과정도 마쳐 그녀가 만들 수 있는 전통주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

오두환 객원기자 midi2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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