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뽀록’은 일본어에서 온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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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뽀록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몰래 한 사랑, 미니 홈피서 뽀록” “얇은 드레스 때문에 키높이 발판이 뽀록났다” “얘기하던 중에 나이가 뽀록났다” 등처럼 언론 매체에서도 ‘뽀록’이란 말이 종종 등장한다.

 ‘볼록볼록’이나 ‘뽈록뽈록’ 등 비슷하게 생긴 단어를 연상하면 ‘뽀록’도 순우리말로 생각하기 쉬우나 일본말 ‘보로’(襤褸, ぼろ)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어 ‘보로’는 넝마나 고물 등과 함께 허술한 점, 결점 등을 뜻한다. 일본말로 ‘보로가데루’(ぼろがでる)는 ‘단점이나 허점이 드러나다’를 의미한다. 감추던 사실이 들통 나거나 탄로 났을 때 우리가 사용하는 ‘뽀록’과 쓰임새가 일치한다.

 국립국어원도 ‘일본어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서 ‘뽀록나다’는 일본어투 표현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은 ‘뽀록나다’가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리하면 ‘뽀록나다’는 일본어 ‘보로’에서 온 말로 ‘드러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뽀록나다’는 ‘드러나다’ ‘들키다’ ‘들통 나다’ ‘탄로 나다’ 등 다른 우리말로 바꿔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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