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핼슥한(?)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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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때이른 더위로 인해 벌써 기운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 제대로 먹질 못해 그런지 얼굴이 핼슥해졌다” “밤새 더위에 시달린 듯 해슥한 얼굴이다” 등과 같이 ‘핼슥하다’ 또는 ‘해슥’하다는 표현이 간혹 나온다.

 얼굴에 핏기나 생기가 없이 파리한 경우 이처럼 ‘핼슥하다’ 또는 ‘해슥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둘 다 틀린 말이므로 ‘해쓱하다’고 해야 한다.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는 맞춤법 조항에 따라 ‘핼슥하다’ ‘헬슥하다’ ‘해슥하다’ 등으로 하지 않고 ‘해쓱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해쓱하다’와 같은 뜻의 단어로는 ‘핼쑥하다’도 있다. “밤을 꼬박 새운 핼쓱한 얼굴이 애처롭다” “여름 들어 얼굴이 눈에 띄게 헬쑥해졌다” 등은 ‘핼쑥한’ ‘핼쑥해졌다’로 고쳐야 한다.

 ‘해쓱하다’ 또는 ‘핼쑥하다’가 바른 표현이므로 “해쓱한 얼굴로 누워 있던 동생이 힘없이 웃음 지었다” “엄마는 조금 핼쑥하게 놀란 듯하다가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와 같이 사용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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