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법률시장 주름잡는 영국 로펌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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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A 파이퍼의 마이클 김 변호사(왼쪽). 앨런 앤드 오버리의 돈 맥가운 변호사.

“랭귀지(영어)를 잘하는 한국 변호사들은 얼마나 됩니까.”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 도심의 영국변호사협회(The Law Society of England and Wales) 회관에서는 국제교류회의가 열렸다. 영국변협 초청으로 현지 로펌들과 한국·중국·홍콩 로펌 이 참여한 행사였다.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 회의의 화제는 단연 7월 1일 개방을 앞둔 한국 법률시장이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충정의 손도일 변호사는 “ ‘음악(단계적 개방)이 끝나면 의자(제휴 로펌)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국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영국 대형 로펌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국제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 안에 있는 DLA 파이퍼 본사를 찾았다. 영국 법인과 미국 법인을 합치면 한 해 매출 20억 달러(2조1500억원)에 세계 30개 나라에 76개 사무소(변호사 수 4200명)를 두고 있는 세계 3위 로펌이다. 파트너로 있는 마이클 김(45) 변호사는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연말 안으로 10명 정도로 사무실을 꾸릴 것이다. 도쿄 사무소의 이원조 변호사가 대표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 로펌 DLA 파이퍼 건물 최고층에 있는 VIP 고객용 사내 레스토랑. 창 밖으로 세인트폴 대성당이 보인다.

 -한국이 글로벌 로펌이 들어올 만큼 큰 시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단 인바운드(In bound·해외 기업의 한국 내 사건) 중심으로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아웃바운드(Out bound·한국 기업의 해외 사건) 일을 개척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 로펌과의 합병은.

 “조건만 맞는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 로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합병을 한다면 5위권 이내 로펌과 하게 될 것이다.”

 영국 법조계에서 ‘매직 서클(Magic Circle·5대 로펌)’에 속하는 앨런 앤드 오버리(Allen & Overy)를 찾았다. 파트너인 돈 맥가운 변호사는 “아직 서울사무소 설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 법률시장 개방을 어떻게 보나.

 “우선 기업들에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로펌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적 시각과 한국적 시각이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앨런 앤드 오버리만의 강점이 있다면.

 “‘하나의 회사 정신(One firm spirit)’이다. 런던·베이징·시드니·뉴욕·두바이….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지 법조계에서는 DLA 파이퍼와 클리퍼드 찬스(Clifford Chance) 등이 먼저 서울에 사무소를 열면 다른 로펌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대거 뒤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의 한 변호사는 “영국 로펌이 들어가서 손해를 볼 사람은 한국 로펌에서 국제 업무를 하는 파트너급 100명뿐”이라며 “법률시장을 열지 않아 폐쇄적이란 인상을 줬던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고 기업과 젊은 변호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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