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신’차이란 “한국의 지방 음식 매력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홍콩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 차이란이 21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전복 송이구이를 맛보고 있다. [사진=푸드 앤 컬쳐 코리아 제공]

“갈비찜·육회·매생이·홍어삼합·굴비·짚불곰장어 등은 중국관광객들도 좋아할 메뉴입니다.”

 홍콩의 ‘식신(食神)’으로 불리며 100여 차례 한국을 찾았던 음식 칼럼니스트 차이란(蔡瀾·70)이 중국인들에게 추천한 한식 메뉴다.

 맛 평가에 있어서 홍콩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초청으로 지난 20일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24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본 후 중국관광객들 입맛에 맛는 식단을 개발하고, 한식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식 세계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20일 입국하자마자 한식 연구가인 임지호(55) 셰프가 운영하는 ‘산당’에 들러 들깨 샐러드, 문어 완자 등 퓨전 한식을 맛보았다. 21일에는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본 후 “맛있는데 좀 덜 삭힌 것 같다”고 평해 동행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22~23일에는 서울·경기지역의 한식당에서 삼계탕·냉면 ·약선요리 등도 맛볼 계획이다. 이틀간 그를 동행 취재하면서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식과 한식 세계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평소 한국음식에 대한 생각은.

 “상차림이 풍성하다. 다양하고 평소 접할 수 없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지역마다 특색 있는 먹을거리가 있어 매우 매력적이다.”

 - 중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음식은.

 “한식하면 불고기·김치만 떠올린다. 다양한 음식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안타깝다.”

 -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갈비찜·육회·매생이·홍어삼합·굴비·짚불곰장어 등이다. 갈비찜은 육질이 부드럽고 달콤·담백한 소스가 마음에 든다. 소스를 쌀밥에 비벼 먹으면 맛 있다. 이 여섯 가지는 중국관광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한식을 외국인에게 알리려면.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음식으로 공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술 마시기 전에 죽을 먹어 위벽을 보호하는 것은 어느 문화에도 없다. 또 어떤 지역엘 갔더니 쇠고기에 칼질을 많이 해 구워서 내놓더라. 이가 약한 나이 많은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식당 주인이 ‘효심늑골’이라고 소개했다. 이 음식도 아주 독특하다.” (※효심늑골은 전라도의 떡갈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세계화가 꼭 필요할까? 나는 세계화하면 맥도날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세계화가 되면 모든 것이 똑같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전통,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식의 경쟁력은.

 “오직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다양한 반찬도 특징이다. 모든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바꿀 필요가 없다. 한국 사람이 먹던 그대로를 내놓고 선택은 관광객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는 23일 한국관광공사에서 이번 방한 기간에 먹은 한식들에 대한 평가를 발표하고, 한식 세계화 제안을 주제로 강연한 후 24일 홍콩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1941년 싱가포르에서 출생한 차이란은 63년부터 홍콩에서 영화 제작자로 일하면서 청룽(成龍)이 출연한 시리즈물을 제작했다. 80년대부터 여행·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여행·음식에 관한 주제로 100권 이상의 책을 썼다. 2007년엔 홍콩에서 한국 음식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홍지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