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토·일요일 개통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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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다음 달 1일부터 일요일뿐 아니라 토요일에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가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9일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 확대에 따라 휴대전화 가입 때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토요일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요일에 전산망을 열어둘 경우 휴대전화 대리점 등에서 주5일제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당초 20일 토요일 개통 업무 중단에 관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공정거래법 저촉 여부 등 법적 검토를 위해 발표 일정을 미뤘다. 현재 휴대전화 개통·조회 등을 위한 이동통신사의 전산망은 일요일에만 중단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회사 전산시스템 중단이 토요일까지 확대됨에 따라 휴대전화 즉시 개통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에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가입 예약만 가능하게 된다.

 토요일 전산망 중단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데에는 정부가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침체된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주5일제 정착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산망이 일주일에 6일 열려 있으면 사실상 주5일 근무제 정착이 어렵다”며 이동통신업체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전산망 가동일을 하루 줄여 판매점 근로자들이 쉴 수 있는 여력을 실질적으로 높여 주자는 의도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선 휴대전화 대리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가장 잘 팔리는 토요일에 전산이 중단돼 즉시 개통이 안 되면 소비자와 판매점 모두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테크노마트에 입주한 휴대전화 상인단체는 지난 17일 방통위에 토요일 전산 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이 보낸 공문에는 ▶판매점의 토요일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분실 등 긴급상황 때에도 소비자가 주말에는 휴대전화를 원활히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담겼다. 판매점 업주들은 또 “토요일에 전산망이 열려 있더라도 순번제 등을 통해 충분히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토요일 개통 업무 중단이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휴대전화 개통 수요가 꼭 주말에만 있는 건 아니다”며 “주말에도 예약 가입을 통해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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