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30% 교체설 … 이건희 회장, 쇄신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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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들어 두 번째 일본 방문에 나섰다. 이 회장이 15일 김포공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왼쪽)의 배웅을 받으며 출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주요 경제단체 대표와 거래처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에서 본격적인 인사 물갈이가 시작됐다. 그룹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의 감사와 인사 책임자들이 먼저 교체됐다.

 삼성은 15일 신임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에 정현호(51)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부사장)을, 인사지원팀장에 정금용(49) 삼성전자 인사팀 전무를 발령했다.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이인용 부사장은 “전임 정유성(55)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은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된 데 대해 책임자로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임원 인사도 뒤따를 예정이다. 부정부패 관련자와 책임자뿐 아니라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형 임원도 인사조치하기로 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전체 임원의 30%가량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인용 부사장은 “계열사 인사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사장들이 책임하에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테크윈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화를 낸 바 있다. 그룹의 감사 책임자였던 전임 이영호(52) 경영진단팀장(전무)은 감사팀에 힘을 싣기 위해 높은 직급자를 팀장에 임명한다는 방침에 따라 물러났다. <본지 6월 15일자 2면> 경영진단·인사지원, 두 전임 팀장은 원 소속사인 삼성전자로 돌아갈 예정이다.

 삼성이 한 해의 중반에 임원 인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은 연말 연초에 했다. 이런 통례를 깨고 물갈이를 시작한 것은 그만큼 쇄신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이건희 회장은 올 4월 21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 처음 출근하면서 “전 세계가 삼성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해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드러냈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소송을 낸 것 등을 두고 한 말이다. 익명을 원한 삼성의 고위 임원은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 임직원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보고가 나오자 이 회장이 이만저만 화를 낸 게 아니었다”며 “이 회장이 쇄신을 주문했고, 이에 맞춰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임원 물갈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자금 문제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목적도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특히 금융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그간의 사업 성과에 대한 질책도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수년 전부터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고 여러 차례 질타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을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에, GE 출신의 최치훈 전 삼성SDI 사장을 삼성카드 사장에 앉힌 것도 금융계열사의 글로벌화를 위한 포석이었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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