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 전체에 부패가 퍼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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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성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 이건희 회장이 9일 아침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최근 실시된 경영진단에서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의 비리가 적발됐는데 이런 문제가 다른 계열사에도 많다는 말이다. 이미 오창석 테크윈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깐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수요 사장단회의에 이어 의지를 담아 이틀 연속 몰아붙인 것이다.

 부정부패 하면 흔히 공공부문을 떠올리지만 민간부문도 만만찮다. 단지 세금이 투입되는 곳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둘 뿐이다. 민간 비리는 대부분 큰 기업이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른바 갑을(甲乙) 관계를 악용해 협력업체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는 것이다. 이 회장도 “부정부패엔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건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와 임직원의 비리를 캐는 감사 활동은 삼성의 전통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도 이런 기업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에 부패가 있다면 다른 기업들도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과정에서 비리가 싹트고 자라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청업체 사장들이 거래기업 임직원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 정도는 너무나 당연시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선진국 기업인들에게 하면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사적인 공간까지 공유하는 것을 한국의 기업문화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런 과정에서 도를 넘어서는 접대와 선물이 오가고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가 존재하는 한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동반성장이나 상생(相生)은 뿌리내리기 힘들다.

 조직이 썩으면 생산성은 기대할 수 없다. 임직원이 회사로 들어가야 할 자원을 빼내 개인 치부(致富)에 쓴다면 조직은 망하는 길로 접어든다. 동시에 그것은 배임·횡령 등 범죄이기도 하다. 기업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